자동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의 크기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각 제조사는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배출가스 규제에 따라 엔진의 배기량을 줄이는 추세다. 하지만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는 기술의 발달로 엔진은 몸집을 줄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은 배기량을 축소하는 ‘엔진 다운사이징’을 적용한 차량의 출시를 강화하고 있다. 중형세단에 주로 자연흡기 방식의 2.0ℓ 가솔린 엔진을 적용하는 게 공식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국내 대표 중형세단인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기아자동차의 K5에는 가솔린 1.6ℓ 터보 엔진을 적용한 모델이 나오고 있다.
배기량은 줄었지만 힘은 더 강해지고 연비는 높아졌다. 쏘나타의 1.6 터보 모델은 180마력, 2.0 가솔린 모델은 160마력의 힘을 낸다. 1.6 터보 모델의 공식 연비는 13.2~13.7㎞/ℓ로 2.0 모델(13.0~13.3㎞/ℓ)보다 앞선다.
이같은 엔진 다운사이징의 결과는 엔진 효율을 높이는 기술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 각 제조사는 엔진에 압축 공기를 불어 넣어 출력을 높이는 ‘터보 차저’의 발전과 더불어 배기량·엔진 실린더의 숫자를 줄이면서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는 적절한 결합 방식을 찾아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외부 공기가 엔진 실린더 내부로 흡입하기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터보 랙 현상 등 때문에 엔진 다운사이징이 쉽지 않았다”며 “요즘은 엔진 배기량을 낮추고도 충분한 힘을 내는 기술이 뒷받침돼 터보 모델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80은 지난해 가솔린 모델 기준 3.3ℓ 터보 엔진의 배기량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지난 4월 출시한 신형 G80에는 2.5ℓ 가솔린 터보 모델이 추가됐다.
다른 제조사도 엔진 크기를 줄이는 추세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1.35ℓ E-터보 엔진과 1.2ℓ E-터보 프라임 엔진 등을 달았다. 르노삼성자동차의 XM3는 1.6ℓ 자연흡기 엔진보다 1.3ℓ 직분사 터보 엔진의 선호도가 훨씬 높다.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유럽에 출시한 티볼리에 1.2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제조사는 배출가스 규제에 따라 엔진 배기량을 줄였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여러 장점을 만들어냈다. 엔진 경량화가 가능해졌고, 연료 손실을 줄여 연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터보 엔진 모델의 차량 가액은 높지만 소비자는 배기량이 낮은 덕분에 자동차세를 절감할 수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중대형 하이브리드 SUV인 기아차 쏘렌토는 1.6 가솔린 터보 엔진에 최고출력 44.2㎾, 최대토크 264Nm의 구동 모터를 조합했다. 덕분에 최고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f·m의 힘을 발휘하고, 15.3㎞/ℓ의 높은 연비를 뽐낸다. 엔진 배기량은 줄이면서도 전동화 작업을 더해 큰 덩치 때문에 출력이나 연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을 해결한 것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