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법적 규제 추진의 명분으로 접경지역 주민 보호를 들었다. 전단 살포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촉발할 경우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북전단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실제 법적 규제 추진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법적 규제는 우선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 제정 30주년을 맞아 남북 협력의 문턱을 일부 낮추는 형태의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예고한 상태다. 정부 내부에서는 한반도 평화 구축 관련 법제 중에 대북전단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방식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하는 탈북민 단체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들어 저항할 가능성이 커 정부의 법률 정비 작업이 원활히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남북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그해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는 것은 남북 합의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대북전단 30만장을 날려 보내는 등 합의 조항은 그동안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대북전단 살포를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단 살포 전 통일부 장관 승인을 사전에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2018년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법적 금지가 어려워지자 기존처럼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는 경찰관을 투입해 제지해 왔다. 하지만 한밤중에 비공개로 전단을 날려 보낼 경우에는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는 실정이었다.
대북전단을 둘러싼 논란은 전임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자제 촉구, 경찰의 현장단속 등 조치를 취했다. 다만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졌던 적도 있었다. 2014년 10월 탈북민 단체가 경기도 연천에서 대북전단을 날려 보내자 북한군이 풍선을 겨냥해 14.5㎜ 고사총을 발사한 것이다. 총탄이 남측 지역에 떨어지면서 우리 군이 북한군 초소를 겨냥해 대응사격을 실시했고 이에 북한군이 다시 반격에 나서는 등 교전 상황이 빚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인근 주민 60여명이 한동안 대피소로 피신해야 했다.
박상학 대표는 6·25전쟁 70주년(25일)에 대북전단 100만장을 살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전단 살포를) 한다고 해놓고 안 한 적이 있느냐. 그들이 통일부냐, 아니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냐”고 반문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공지문에서 “우리는 핵에 미쳐 날뛰는 김정은을 규탄하기 위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또다시 100만장의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할 경우 개성공단 철거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등 고강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박 대표가 공언한 대로 오는 25일 전단 살포를 강행할 경우 남북관계에 적잖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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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