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뒤흔든 ‘검은 분노’… 넷플릭스로 보는 흑인 인권 영화들

입력 2020-06-07 18:52 수정 2020-06-08 18:09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하면서 미국 전역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코로나 ‘집콕’ 가이드에서는 시위대를 공개 지지한 넷플릭스 속 흑인 인권을 다룬 작품 네 편을 소개합니다.

넷플릭스 속 흑인 인권을 다룬 작품. 넷플릭스는 최근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하면서 불붙은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화제를 모았다. ‘노예 12년’. 넷플릭스 캡처

영화 ‘노예 12년’은 1841년 미국에서 영문도 모른 채 노예가 된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의 실화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노섭은 백인이 주최한 공연에 참석했다가 별안간 노예 수용소로 끌려간다. 노예가 된 노섭에게 존엄함은 없었다. 백인들은 폭력적이고 위선적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노섭은 자신의 남은 삶이 생존을 위한 굴종으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백인 목수 사무엘 베스(브래드 피트)는 그의 탈출을 도왔고 1853년 1월 4일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됐다. 노예가 된 지 12년 만이었다. 노섭의 세상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흑인의 손과 발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뉴욕으로 돌아온 노섭은 삶의 방향을 이미 정한 듯했다. 흑인 인권 운동가. 그는 사회적 억압에 저항하는 데 생을 바쳤다.

‘앵무새 죽이기’. 넷플릭스 캡처

1962년 나온 영화 ‘앵무새 죽이기’는 남북전쟁이 끝나도 미국의 흑백문제는 여전하다고 웅변한다. 1932년 미국 앨라배마 작은 마을의 여름은 지독히 길었다. 에티커스 핀치(그레고리 펙)는 사별 후 어린 남매를 기르는 변호사다. 그가 백인 여성 강간 누명을 쓴 흑인 톰 로빈슨(브록 피터스)의 변호를 맡으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에티커스의 어린 딸 시점에서 회상하듯 그려지는데, 딸에게 전하는 교훈을 위화감 없이 전달하려는 장치다. 마을 사람들에게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톰은 범죄자여야만 했다. 1933년 앨라배마의 법정 풍경은 형편없었다. 판사, 검사는 물론 배심원단도 모두 백인. 완벽한 변호에도 톰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톰은 도주를 시도했고 결국 총에 맞아 숨졌다. 여기서 톰은 곧 ‘앵무새’다. 어디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한 생명체. 에티커스는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라고 딸에게 말하고 또 말했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넷플릭스 캡처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은 2017년 시즌1(10회) 공개 직후부터 인종차별을 극복했다고 믿는 미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백인 중심 가상 명문대 윈체스터 대학교가 배경인 극은 흑인 학생들의 시선에서 인종차별이 얼마만큼 교묘한 방식으로 발생하는지 섬세하게 추적해나간다. 2014년 개봉과 함께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원작 ‘캠퍼스 오바마 전쟁’의 뒷이야기로,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정치적 대립이 서사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배우들의 호연과 몰입감 높은 연출에 힘입어 극은 여러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일상적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도 반추하게 만든다. 현재 시즌3까지 공개됐다.

‘셀프 메이드: 마담 C. J. 워커’. 넷플릭스 캡처

올해 나온 4부작 미니시리즈 ‘셀프 메이드: 마담 C. J. 워커’는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 온갖 장벽을 부수고 성취를 이룬 흑인 미용가 마담 워커의 일대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빨래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워커. 그는 우연한 계기로 획기적인 헤어 제품을 만들게 되면서 백만장자로 거듭난다.

부러움만 남는 단순한 출세담이 아니다. 흑인이자 여성으로 태어나 갖은 멸시를 견뎌야 했던 그의 삶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인종·성차별만이 아니라 배신과 경쟁, 가족과의 갈등 등 많은 이야깃거리를 4회 안에 밀도 있게 담아냈다.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다른 흑인 여성영화 ‘헬프’로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옥타비아 스펜서가 워커 역을 맡았다. 그가 그려낸 워커 역시 ‘헬프’ 가정부 미니처럼 당차고, 굳세다.

강경루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