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확정하면서 하반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라앉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숙박, 관광, 외식, 농수산물 등 ‘8대 분야 할인 소비 쿠폰’을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복이 없으면 국민 3명 중 1명꼴인 1618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소비 진작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쿠폰의 발행 시기는 품목별로 제각각이다 보니 소비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숙박, 관광 등 여름휴가와 밀접한 일부 품목 할인 쿠폰이 휴가철이 지난 9월부터 발행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소비 진작이라는 정책 목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확정한 3차 추경안에 8대 분야 소비 쿠폰을 제공하기 위해 총 1684억원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8대 분야는 숙박, 관광, 공연, 영화, 전시, 체육, 외식, 농수산물로 이들 분야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 해당 쿠폰을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시행 시기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하반기 주요 정책 캘린더에 따르면 8대 품목 가운데 당장 이달부터 쿠폰 발급이 가능한 품목은 영화뿐이다. 그나마 7월부터 쿠폰이 발급되는 품목도 공연하고 농수산물 2개 품목에 그친다. 헬스장 등 체육시설 할인 쿠폰은 8월부터 지급되고 숙박, 관광, 외식 관련 할인 쿠폰은 9월부터 발급된다. 소비 쿠폰이 선착순으로 지급된다는 얘기를 듣고 당장 소비를 계획했던 소비자로서는 다소 허탈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쿠폰 발급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쿠폰의 유통 과정과 관련이 깊다. 정부는 숙박이나 관광, 공연, 영화, 전시(미술관·박물관) 등 5개 쿠폰은 온라인 예약 시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는 방침인데, 이 예약 사이트를 어디로 할 것이냐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정부는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업체 공모 과정을 거쳐서 최종 선정한다는 방침인데, 이런 과정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소비가 되살아날 여름 휴가철에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올해 여름휴가는 예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여름 성수기를 앞둔 관광·숙박업 종사자들로서도 다소 김이 샐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부러 소비가 왕성한 휴가철 이후 소비 진작을 유도하기 위해 쿠폰 발급 시기를 미룬 것 아니냐는 해석도 한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특정 시기에 소비 극대화를 의도하고 시기를 조절한 것은 아니다. 소비 쿠폰이 최대한 빨리 발급되도록 일정을 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규모 소비 진작 차원에서 10월과 11월에도 각각 한국문화축제(K컬처 페스티벌),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올가을 들어 코로나19가 재확산 기조로 돌아서면 정상 개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