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감금 학대’ 소년 끝내 숨져

입력 2020-06-05 04:05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가운데)가 지난 3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의붓어머니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9살 사내아이가 결국 숨졌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A군(9)이 전날 오후 6시30분쯤 숨졌다고 4일 밝혔다.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A군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기계장치에 의존해 호흡을 해왔다. 경찰은 A군을 가방에 가둔 혐의로 긴급체포된 계모 B씨(43)의 혐의를 아동학대처벌법위반에서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했다. A군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B씨는 지난 1일 정오쯤 충남 천안 서북구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인 A군을 여행용 가방에 가둔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장에는 B씨의 친자녀 2명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 친아버지는 일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가 있었다.

B씨는 A군을 여행용 가방에 가둔 채 외출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시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B씨는 A군이 가방 안에 용변을 본 것을 확인, 조금 더 작은 크기의 가방으로 옮겨 가뒀다. 이후 4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7시25분쯤 의붓아들이 의식을 잃은 사실을 확인하자 119에 신고했다.

당시 현장에서 긴급체포된 B씨는 경찰조사에서 “아이가 게임기를 고장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해 가방 안으로 들어가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B씨와 A군 친아버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수차례 A군을 폭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달 A군 몸에서 폭행 정황이 발견돼 받게 된 경찰 조사에서 “후회하고, 훈육 방법을 바꾸겠다”고 약속했었다.

천안=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