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기독교 소모임발 집단감염?… 교회는 방역의 파트너

입력 2020-06-05 00:0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란 끝 모를 암흑 동굴을 지나며 간신히 초 하나를 찾아 불을 켰는데 어디서 불어왔는지도 모를 바람 때문에 촛불이 꺼진 느낌입니다.” 인천에서 개척 목회 4년 차를 맞은 한 목회자가 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숨을 쉬며 한 이야기입니다.

성도 20여명과 함께 사역해 온 그에게 생활 속 거리 두기로의 전환과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는 어둠 속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그는 모이는 예배를 중단한 뒤에도 형편이 안 돼 온라인예배를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수시로 설교와 기도 녹음파일을 단체 채팅방에 올리면서 8평(27㎡) 예배당에서 다시 만나 교제할 날만 기다려왔습니다.

어버이주일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방역지침을 꼼꼼히 지키며 모임을 재개하고 성경공부반을 열어 그동안 멀어졌던 성도와의 신앙적 거리를 좁혀가고 있을 때 일이 터졌습니다. 한 부흥사회 회원이었던 목회자들의 순회집회 현장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진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언론에서 이를 ‘인천 개척교회 모임’이라고 소개하면서 개척교회의 소그룹 교제 현장이 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인 양 알려져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습니다.

생활방역 수칙을 무시한 채 감염의 원인을 제공했다면 누구든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환경에서의 감염 사례를 일반화해 방역지침을 잘 따르며 회복해가는 이들까지 매도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14일까지 성경공부, 기도회, 수련회, 성가대 활동 등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종교시설 집합금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기독교 소모임을 특정하는 표현이 공식 발표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교계를 방역의 파트너가 아닌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정작 확진자가 발생한 인천시는 기독교계와 긴밀한 논의를 거쳐 대응에 나서며 대조를 보였습니다.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특별조치 사항을 전달하면서 처음엔 ‘교회 간 연합모임 금지’ ‘소규모 성경공부, 찬양연습 금지’ 등의 조치가 포함됐지만, 인천기독교총연합회(총회장 김태일 목사) 측과 협의를 거치며 ‘종교시설 종단 간 연합모임 자제’ ‘소규모 모임(교리공부, 합창연습 등) 자제’로 변경됐습니다.

김태일 총회장은 “각 지역 기독교연합회가 교인과 교회,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보건당국이 전국적 범주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더라도 지역 및 집단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청이 연합회와 소통한다면 방역과 신앙 회복 측면에서 모두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자립교회들이 상시방역 체계를 가동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세정제, 체온계 등으로 구성된 방역키트를 마련해 소규모 예배와 모임이 방역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우려되는 만큼 신앙의 회복과 함께 방역을 위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