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곳이 없어 막막합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의 한 작은 시골마을 어르신들이 4일 때 이른 더위를 피해 경로당이 아닌 마을 입구에 마련된 정자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노인을 비롯한 폭염 취약계층들이 더위를 식히는 장소로 유용하게 사용된 마을회관·경로당 등의 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한 어르신은 “아직은 살만한데 경로당 문이 하루빨리 열려 시원하게 쉬고 싶다”며 “벌써 이렇게 더운데 올 여름 어떻게 나야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역대급 폭염 발생이 예상돼 지자체가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4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시·군이 지정·운영하는 무더위 쉼터 10곳 중 8곳이 폐쇄됐다. 무더위쉼터는 모두 2444곳에 달한다. 이중 81.1%인 1982곳이 마을회관이나 노인회관 등 노인시설에 해당된다. 그러나 노인시설은 지난 2월부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모두 폐쇄됐다. 올해는 주민자치센터나 금융기관 등 462곳만 오는 9월까지 무더위 쉼터로 운영된다.
지자체들은 코로나19 지역 확산을 우려해 정부 지침이 나올 때까지 무더위 쉼터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보건소나 소방서, 금융기관 등 폭염을 피할 수 있는 대체시설을 강구하고 있으나 밀집에 따른 집단감염 우려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침방울(비말)로 전파되는데 에어컨을 가동하면 공기 중 침방울이 바람에 날려 더 멀리 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무더위쉼터를 휴관한 뒤 2m 이상 거리 두기가 가능한 그늘진 실외나 대형체육관 등을 대체 쉼터를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도는 폭염도 문제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취약계층의 건강관리 전담인력인 재난도우미 2만1574명은 비대면 방식으로 활동한다. 지난해와 달리 공무원과 사회복지사, 노인돌보미 등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재난도우미들은 유선전화 등을 통해 혈압·체온·맥박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충북도 내 폭염 취약계층은 9만9888명으로 청주시 2만9439명, 제천시 1만9917명, 영동군 1만2062명, 음성군 1만2203명에 달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그늘진 장소에 대형 선풍기 등을 활용해 임시쉼터를 마련할 방침”이라며 “무더위 쉼터에 들어가기 전 코로나19 증상 선별과 체온 측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최근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 횟수가 크게 늘어나는 ‘역대급 무더위’를 예고했다. 최근 10년간 충북지역 평균 폭염 일수는 13.6일로 평년보다 5.6일 많았다. 지난해 폭염 일수는 15.0일이었다.
청주=글·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