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잠잠해졌나 싶더니 북한이 4일 또다시 말폭탄을 쏟아냈다. 최근 탈북자 단체가 접경지대에서 대북 전단을 날린 것을 문제 삼아 탈북자들과 우리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특히 담화를 내놓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남측의 조치를 요구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개성공단 완전 철거 등을 거론했다. 전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돼 발끈했겠지만, 그렇다고 민간 영역인 탈북자 단체의 활동을 트집 잡아 남북 당국 간 합의로 이뤄진 군사합의나 개성공단 철거까지 말한 것은 온당치 않다. 게다가 북한이 지난달 3일 중부전선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해 스스로 군사합의를 위반했으면서 이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고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남북 정상이 2018년 합의한 판문점선언에 전단 살포 행위를 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단 살포는 헌법에 나온 ‘표현의 자유’와 관련돼 있어 정부가 무작정 막기도 어렵다. 통일부가 북측 위협에 화들짝 놀라 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법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입법 과정에서 위헌 논란과 함께 이념 대결을 촉발할 수 있다. 또 법이 제정된다손 치더라도 워낙 기습적으로 살포가 이뤄져 막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최선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비핵화에 적극 나서는 일이다. 관계 개선으로 김 위원장이나 북한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다면 탈북자 단체들도 전단을 살포할 명분을 잃을 것이다. 북한이 이번 일을 남북 관계 파국의 빌미로 쓸 게 아니라, 우리 정부의 관계 개선 요구에 적극 호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탈북자 단체도 전단 살포를 자제해야 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접경지대 주민의 안전과도 연계돼 있어서다. 북한 주민들에게 얼마 전달되지도 않는 전단 살포 행위가 걸핏하면 남북 간 긴장 고조의 화근이 돼선 안 된다. 주민들에게 내부 실상을 알리기 위한 차원이라지만, 남북 간 관계 개선으로 교류가 활성화되는 게 그 어떤 전단보다도 실상을 알리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게다가 2014년 10월 북한이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해 군사 충돌 우려가 커졌던 것처럼 무분별한 전단 살포는 접경지대 주민들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북한 실상을 알리는 일 못지않게 우리 주민들의 생명도 중요한 만큼 다시는 전단 살포로 불안을 야기해선 안될 것이다.
[사설] 北 , 관계 개선 적극 나서야 대북 전단도 사라질 것
입력 2020-06-0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