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에 1684억 쓰면서 기업투자 진작엔 인색

입력 2020-06-04 04: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극복을 위해 ‘역대급’ 추가경정예산이 투입된다. 정부의 3차 추경안은 추경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35조원에 달한다. 24조원 가까운 국채를 발행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 실탄을 구비했다. 일자리 확보, 소비 진작을 위해 시중에 좀 더 돈을 풀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취지는 좋지만 이번 추경을 통해 일부 예산 운용의 ‘방만함’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이 가능할 만큼 줄일 수 있는 예산 사업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예산의 쓰임새 역시 논란을 부른다. ‘퍼주기성’ 예산에 비해 기업 투자를 되살리기 위한 예산이 지나치게 적다. 근시안적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정부는 3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을 심의·의결했다. 한 해에 3차례나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1차 추경(11조7000억원)과 2차 추경(14조3000억원)을 더하면 올해 편성한 추경만도 61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규모 지출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빚과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일단 23조8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10조1000억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더했다. 보건·국방 분야 등 기존 예산의 세출사업에서 3조9000억원을 삭감하고, 외국환 구매를 위해 쓰이는 공공자금관리기금도 1조2000억원 줄이는 식으로 필요 재원을 마련했다. 국채 발행이나 지출 구조조정 규모 모두 역대 최대다.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이 가능한 데는 기존 예산의 허점이 한몫했다. 국방예산 중 집행 실적이 저조한 훈련장 등의 공사·관리비에서 855억원을 차출할 수 있었다. 고졸취업자장려금이나 유아교육비 보육료와 같은 복지성 지출도 각각 368억원, 416억원 감액이 가능했다. 친환경차 보급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사업은 318억원을 줄여도 무방했다. 예상보다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예산이 쓰이는 곳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3조7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소비에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다. 온누리상품권 2조원 추가 발행이나 8대 할인 소비쿠폰 1684억원 지급과 같은 소비 진작책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반면 향후 경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기업 투자 활성화’ 관련 예산은 430억원에 불과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을 쓰는 만큼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높아져 선순환하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