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폭염에 덴탈마스크 품귀… “공적판매 적용해라”

입력 2020-06-08 17:45
기온이 높아지자 보건용 마스크보다 얇은 덴탈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박태현 쿠키뉴스 기자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여름용 마스크 수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더워지면서 KF80·KF94 등 두꺼운 보건용 마스크 착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시 용산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 모(23)씨는 “덥고 습한 날이 많아지면서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으니 얼굴에 발진이 자주 난다”며 “호흡을 하기도 불편해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확산하기 시작했던 1~2월에는 감염 차단 효과가 보장된 KF인증 마스크를 고집했다”며 “최근에는 오히려 얇은 마스크를 찾아다니고 있는데,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마스크 수요의 변화는 일선 약국가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덴탈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수술용 마스크’로 불리기도 하는 덴탈 마스크는 병원이나 치과에서 의료진들이 착용하는 마스크다. 덴탈 마스크는 한 겹의 원단에 주름이 들어간 형태로 제작되며, 공적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고 있는 KF80·KF94 마스크와 비교해 입자 차단 기능성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가볍고 통기성이 높아 착용 시 입김이 차지 않고 호흡도 수월하다. 가격도 KF80·KF94 마스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유통되고 있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관계자는 “전국 회원 약사들로부터 덴탈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견이 들어오고 있다”며 “약국에 공적 마스크 재고가 넉넉해도, 덴탈 마스크만 구매해 가는 손님들이 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KF인증 보건용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덴탈 마스크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통업체에서 약국에 입고되는 가격이 10배가량 뛰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기온이 올라가고, 때마침 유치원·초·중·고등학생들도 등교 수업을 하기 시작해 수요가 더 몰리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여름철이 더위가 평년보다 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기상청은 평년과 비교해 다음 달은 0.5~1.5℃, 오는 8월은 1~1.5℃ 각각 기온이 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의 지역감염 확산으로 큰 타격을 입은 대구지역을 비롯해 경북·경남 내륙 지역은 이미 이달 초부터 체감온도가 31도 내외로 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름철 방역과 개인위생을 위한 마스크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덴탈 마스크를 KF인증 마스크와 같이 공적 유통망을 통해 분배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개학한 아이들을 위해 덴탈 마스크를 공적 마스크처럼 구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날씨가 더워지자 일부 판매자들이 덴탈 마스크를 장당 1000원에 팔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청원글이 다수 게시됐다. 현재 덴탈 마스크는 의료기관·의료진을 위한 공급 물량만 공적 유통망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일반 국민에게는 KF80·KF94 마스크만 공적 마스크로 분배된다.

정부는 덴탈 마크스 공급량을 대폭 늘려 품귀현상을 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현재 덴탈 마스크의 국내 일일 생산량은 49만장 수준인데, 이를 조속한 시일 내에 두 배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업계와 소통 중”이라며 “덴탈 마스크 생산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물량 확대를 독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식약처는 높은 기온에도 불편함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비말(침방울) 차단용 마스크’를 도입, 이에 대한 식약처 허가도 실시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기본적으로 형태와 기능이 기존 덴탈 마스크와 유사한 제품으로, 입자 차단 능력이 KF80·KF94 마스크 대비 55%에서 88% 수준인 제품을 지칭한다”며 “식약처로부터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받은 비말 차단용 마스크에는 KF인증이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로서는 덴탈 마스크와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공적 마스크로 지정할 계획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