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의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NMC는 1958년 서울 중구 광희동에 설립됐다. NMC 신축 이전 계획은 20여 년간 결론을 내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지난해에는 이전 예정지인 서초구 원지동이 병원 부지로 부적합하다는 환경부 평가도 나왔다. NMC 이전 논의가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표 때문이었다. 박 시장은 지난 4월28일 “노후한 NMC를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군 공병단 부지로 이전해줄 것을 보건복지부와 국방부에 제안한다”는 깜짝 발표를 내놨다. 박 시장은 NMC 이전과 동시에 부설 국립중앙감염병전문병원·국립외상센터를 함께 건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화답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감염병전문병원의 조속한 설립과 운영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복지부도 최선을 다해 검토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NMC 이전 문제와 결부돼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구청도 서울시 제안을 환영했다. 당초 중구는 지역 간 의료공급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NMC가 다른 지자체로 옮겨지는 것을 반대했다. NMC가 구를 떠나면 중구를 비롯한 서울북부의 의료공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구는 “NMC의 중구 내 이전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며 “서울시와 힘을 합쳐 이전과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긍정적 여론이 나오자 NMC도 반색했다. NMC 관계자는 “원지동에 대한 전략환경평가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온 뒤 약 1년간 문제의 진척이 없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논의가 추진력을 얻었다”며 “비용·위치·의료 수요·환경 등을 모두 고려하면 방산동은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효성 있는 메디컬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인재 충원과 양질의 임상 데이터 축적이 필수”라며 “서울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중구 관내에서 조속히 이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방산동 부지의 소유권을 가진 국방부와 긍정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앞선 관계자는 “원지동 이전이 어려워진 뒤부터 정기현 원장이 여러 대안을 모색해 왔는데, 국방부와도 충분한 소통이 있었다”면서 “국방부·복지부·서울시의 정책적 목표가 합치를 이루면 방산동 이전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방부도 충분히 협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기대처럼 NMC는 방산동으로 이전할 수 있을까. 문제는 광희동과 방산동 사이에는 넘어야 할 ‘허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국방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미군 극동공병단이 주둔했던 원지동 부지는 현재까지 사용권 미반환 상태로, 미군으로부터 사용권을 반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는 복지부와 서울시를 비롯해 NMC 관련 부처·기관으로부터 어떤 공식적·실무적 협의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협의 요청이 온다면 적극 임할 계획인지 묻자 이 관계자는 “그건 그때 가 봐야 알 것”이라며 “아직 결정·추진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국방부 공식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NMC 유치를 고대하던 지역들도 술렁이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NMC의 서초구 이전은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에 대한 보상 차원이었다”며 “방산동으로 이전된다면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에서도 서초구와 협의하지 못한 부분에 양해를 구했고, 향후 관계부처와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며 “원지동 이전이 무산되더라도 이에 준하는 시설이 서초구에 유치될 수 있도록 구 차원에서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시도 NMC 유치를 단념하지 않고 있다. 세종시청 관계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NMC 유치를 적극 추진할 의향이 있다”면서 “충남대학교병원을 필두로 점차 지역의 의료기반이 확충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비교하면 열악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종시는 항상 NMC에 열려있다”고 밝혀 유치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