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근로자 임금 선지급 동의했지만… 미 “유연함 보이라”

입력 2020-06-04 04:04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를 한국 정부가 우선 지급하는 방안을 미국 측이 수용한 3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주한미군은 두 달 넘게 무급휴직 중인 한국인 근로자들을 오는 15일까지 복귀시킬 계획이다. 연합뉴스

미국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선지급에 동의했지만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다. 오히려 미국 측은 “임금 지급에 동의했으니 협상에서 유연함을 보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올해 말까지 한국인 근로자 전원의 인건비를 부담하겠다는 한국 제안을 수용했다”며 “연말까지 2억 달러(약 2430억원) 이상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한국인 무급휴직 근로자에게 오는 15일 업무에 복귀하라고 통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출근이 이뤄지면 주한미군이 4월 1일 한국인 근로자 4000여명에 대해 무급휴직을 단행한 지 75일 만에 무급휴직이 종료된다.

미국이 한국의 인건비 선지급 방안을 수용한 것은 무급휴직으로 인해 주한미군 전투준비 태세의 정상적인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 관계자는 3일 “주한미군은 근로자가 절반으로 줄어 군사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둔의 목적을 상실한 상태여서 주한미군이 근로자들의 인건비 지급을 정부에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동료(한국인 근로자)의 업무 복귀를 위해 고군분투했고 성과를 거뒀다. 복귀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미국 결정을 환영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협상 합의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건비가 지급돼 협상이 오히려 장기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급한 불’을 껐으니 오히려 절박함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도 “한국이 가능한 한 빨리 공정한 합의에 이를 것을 강력 권고한다. 미국은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 왔고 한국도 똑같이 해주길 요청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협상은 교착 상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대비 13% 인상한 금액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50%가 인상된 13억 달러(한화 약 1조5814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협상은 한·미 정상 간 결단만 남은 상태”라며 “우리 정부가 미국 입장을 온전히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