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수당의 최대 9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에 원청과 하청업체 간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는 대다수가 지원금을 신청한 반면 1~3차 하청업체인 지상조업사는 신청 비율이 30%대에 그쳤다. ‘사업주 선심’에 따라 고용지원금 신청이 이뤄지다보니 정작 취약계층은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취급업 등록업체(지상조업사) 85곳 중 고용지원금을 신청한 곳은 32곳에 그친다. 나머지는 직원을 대량 해고하거나 무기한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한성엠에스 등 일부는 폐업했고 22곳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업계에선 정리해고 인원을 최소 3000명으로 추정한다.
반면 원청사인 항공사 10곳은 이스타항공과 에어인천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고용지원금을 신청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을 앞두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고, 화물수송에 주력하는 에어인천은 타격이 적어 휴직을 시행하지 않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임금 67~90%를 준다는데 신청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원청과 하청업체 간 신청률 격차의 가장 큰 이유로 자본금이 적고 노조가 없는 영세업체일수록 사업주가 지원금을 신청할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고용지원금을 받더라도 휴업수당의 10% 이상은 사업주가 내야 한다. 김진구 한국노총 법률지원부장은 “사업주 입장에선 이 10%를 부담하기보다 직원들이 무급휴직하는 게 이득”이라며 “정부가 10%까지 빌려주는 융자제도를 내놓았지만, ‘굳이 빚내서 임금을 주고 싶진 않다’는 태도로 신청 자체를 거부하는 사업주가 다수”라고 말했다.
무급휴직자에게 월 50만원씩 3개월을 지원하는 신속지원프로그램이 무급휴직 강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업체 KA 김지원 민주노총 지부장은 “‘전 직원이 무급휴직에 동의해야 회사가 신속지원제도라도 신청할 수 있다’며 동의를 강요한다”며 “과연 월 50만원으로 생계유지가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진영 공공운수노조 샤프항공지부장은 “해고된 직원 대다수가 차라리 100만원인 실업급여가 나아서 ‘무급휴직할 바에야 해고해 달라’고 요청한 지경”이라고 했다.
인력파견 업체의 경우 여러 업종에 걸쳐 있다 보니 ‘매출액 50% 이상이 항공업’이라는 신청 요건에 어긋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요건이 안 돼도 관할 고용지청장이 인정하면 신청이 가능하다’는 예외조건이 있지만 소극적인 사업주의 신청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업계에선 해고된 근로자 대다수의 실업급여 지급 기간(최소 5개월)이 끝나는 8월이 되면 노사 간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김진구 부장은 “많은 근로자들이 재고용을 전제로 해고를 택했는데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다 보니 사업주가 재고용 약속을 못 지킬 가능성이 높다”며 “고용지원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향후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 직접지원금 액수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고용주의 고용지원금 신청을 극대화하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한국도 독일, 프랑스처럼 고용주 부담을 가능한 0이 되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정부에서 인력 아웃소싱 업체가 이렇게 많을 줄 모르고 지원 업종표를 만든 경향이 있다”며 유연한 지원 기준을 요구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