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정글의 법칙… LG전자-KT-LG유플러스 “뭉쳐야 산다”

입력 2020-06-04 00:14

LG전자와 KT, 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손잡았다.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AI를 두고 삼성전자·SK텔레콤·카카오 연합에 이어 국내 굴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면서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AI 시장에 대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사는 3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사옥에서 ‘대한민국 인공지능 1등 국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KT와 현대중공업그룹, 한양대, 카이스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5개 기업 및 기관이 출범시킨 산·학·연 ‘AI 원팀’에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합류하는 모양새다. 전자·통신 분야 기업이자 AI 역량을 보유한 이들의 참여로 기술 확보와 역량 강화에 시너지가 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우선 각자의 AI 플랫폼인 KT ‘기가지니’와 LG전자 ‘씽큐’의 상호 연동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또 KT와 LG유플러스의 홈IoT 서비스와 LG전자 가전을 연결해 스마트홈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LG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 전 세계 5개 지역에 AI 연구·개발 거점을 두고 있어 글로벌 시너지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은 코로나19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AI 인재 양성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국내외에서 ‘AI 동맹’은 이미 활발하다. 앞서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IT 전시회 CES에서 삼성전자-카카오와의 ‘AI 초협력’ 구상을 밝혔다. 박 사장은 당시 “국내에서 따로 경쟁해선 이겨낼 수 없다”며 글로벌 AI 패권에 대항하는 협력체 구성을 제안했다. SK텔레콤은 특히 카카오와 지난해 10월 상호 지분 투자를 하는 등 AI 분야에서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AI 협력은 사용자 편의로 직결될 수 있다. AI 스피커와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에 공동의 AI 플랫폼을 탑재, 필요에 따라 호출 명령어를 바꿔가며 AI 음성 비서를 불러올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에는 AI 개발에 원료가 되는 음성 빅데이터 제휴를 통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 개발이 원활해진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다.

AI 시장은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계도 발 빠른 협력을 통해 생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시작 단계인 AI 시장에서 다른 분야의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활용 분야를 선점하는 데 골몰하는 분위기”라며 “어떤 분야에서 ‘대박’이 터질지 모르는 만큼 당장의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