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먹을 자유론’으로 기본소득 꺼내든 김종인

입력 2020-06-04 04:05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보고 먹고 싶어한다. 그런데 돈이 없어 먹을 수 없다. 그럼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나. 물질적 자유라는 건 그런 것이다.”

김종인(얼굴)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을 포함한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설명하면서 ‘빵 먹을 자유’론을 꺼내 들었다. 통합당이 기본소득제 도입이라는 큰 틀의 방향성을 잡고 추진하면서 우선적인 수혜 범위를 청년으로 한정하는 식의 절충안을 첫 정책 과제로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려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원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이를 실시한다고 얘기할 수 없다”며 “재정 확보가 완전히 되지 않으면 기본소득은 쓸데없는 소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초선 의원 공부 모임에서 보수의 핵심 가치로 꼽히는 ‘자유’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보수는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유를 꼽는다. 물질적인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하느냐가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라며 “약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물질적 자유를 만끽하게 할 것인가, 이 자유를 어떻게 당이 구현해 내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강조해 온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의 방향으로 구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려면 재원 마련 방안이 우선 논의돼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4·15 총선 당시 올해 예산 일부를 돌려 100조원의 코로나19 지원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여당에 촉구했던 것처럼 명확한 재원 확보 방안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청년을 비롯한 특정 계층에 적용하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총선 당시 대학(원)생에게 1인당 100만원씩 특별재난장학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었다.

김현아 비대위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얼마 전 비대위에서 김 위원장이 대학생과 대학원생만 (장학금을) 주면 대학 안 간 청년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논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며 “(김 위원장이) 분명히 청년에 대한 관심이 많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논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4일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통합당의 경제 정책 기조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큰 방향성을 제시하면 비대위 산하 경제혁신위가 실현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는 경제혁신위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인 정책 대안,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현재로서는 논의하기 이르다”며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월 생활비를 주는 것인데,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소득은 지금 시행 사례가 많지 않다”며 “재원 등에 대해 상당 기간 토론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희정 임성수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