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다섯 살인 김예지씨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무언가를 본 적이 없다. 자신의 얼굴은 물론 엄마, 아빠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시각장애인과 비슷한데 그는 듣지도 못한다. 언제부터 못 들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세 살 무렵 천둥이 친 어느 날 예지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귀 옆에 냄비 뚜껑 두 개로 ‘쾅’ 소리를 냈을 때도 반응이 없었다. 병원에 가서 검사했더니 레오파드(LEOPARD) 증후군 진단이 나왔다. 피부의 이상과 청각장애 등을 동반하는 보기 드문 유전 질환이다.
예지씨는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상태로 25년을 살았다. 그가 ‘살았다’는 말보다 부모가 그를 ‘살게 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예지씨는 아직 자신의 욕구와 뜻을 전달하지 못한다. 손짓과 몸짓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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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사2팀 권기석·김유나·권중혁·방극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