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암 발생 1위는 여전히 위암이다.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위암은 인구 10만 명당 57.9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전체 암 발생건수의 12.8%다. 송 교수는 위암은 식생활문화의 서구화에 힘입어 폐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의 맹공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위암은 한국과 일본, 남미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암이다. 암 전문가들은 맵고 짠 음식과 절임식품을 즐겨 먹는 식습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위암센터장 송교영 교수(위장관외과)의 도움말로 위암을 예방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피하고 조심해야 하는지, 혹시 발병 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옳은지 물어봤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위암센터는 위암을 전문으로 하는 위장관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의료진과 위암 전문 간호사 및 위암 전문 영양사들로 다학제 협진 체제를 구축, 위암을 철벽방어하고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송 교수는 1995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외과 석·박사학위과정,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센터에서 위암수술연수코스를 연달아 이수했다. 송 교수는 복강경 위암절제 수술과 로봇 위암수술로 명성이 높다. 현재 대한외과위내시경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Q. 위암은 왜 생기는가?
A. 유전적 배경과 연관돼 피하기 힘든 요인과 음식물 흡연 감염 환경 등과 같은 후천적 요인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는 평소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등 환경적인 인자가 좀 더 많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바로 음식물을 통한 과도한 염분 섭취와 가공식품 섭취,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 균과 엡스타인 바 바이러스(EBV)의 감염 등이 그것이다. 음식물 중에서는 소금에 절인 채소, 생선자반, 젓갈류, 훈제식품, 불에 탄 육류, 질산염 농도가 높은 가공식품 등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은 먹자마자 바로 소화가 되거나 영양분으로 흡수되지 않는다. 위에서 30분~1시간가량 머무르는 동안 위벽에 있는 많은 세포와 접촉한다. 맵고 짠 음식을 즐겨 먹으면 위 점막 손상으로 그만큼 세포돌연변이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이유다. 위암 위험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은 HP균 감염이다. 위에서는 강도 높은 위산이 나오지만 점액질이 위벽을 보호해 안전하다. 하지만 HP균에 감염되면 보호막 역할을 하는 점액질 분비가 떨어지게 돼 염증(위염)이 발생, 위암 발생 위험 환경을 만들게 된다.
Q. 특이 증상이 있는가?
A. 위암은 별 다른 증상이 없는 게 80%다. 초기엔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서다. 설령 증상을 느낀다고 해도 상복부 불쾌감, 더부룩함 속 쓰림 등과 같이 일반적인 소화불량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암이 진행함에 따라 상복부 불쾌감, 팽만감, 동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체중감소, 빈혈 등의 진행성 전신증상이 심해질 수는 있다. 나아가 후기 위암으로 진행되면 유문부(위하부) 막힘에 의한 구토, 출혈로 말미암은 토혈이나 혈변, 분문부(위상부) 침범에 따른 연하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손으로도 만져지는 복부 종괴, 빈혈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위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는 신호이므로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Q. 위암은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나?
A. 진단은 상부위장관검사라는 위조영술과 위내시경검사, 컴퓨터 단층활영(CT) 등으로 한다. 위조영술에 비해 위내시경 검사가 훨씬 더 정확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조직표본까지 채취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국가 5대 암검진 프로그램은 40세 이상 성인의 경우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검진을 받도록 권하고 있다. 위암이 발견되면 수술적 절제가 제1 원칙이다. 보통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조기위암 환자는 내시경 점막절제술과 복강경·로봇 수술, 기능보존 수술 등 완벽한 수술적 절제 후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한다. 내시경 점막절제술은 암이 점막층에만 국한돼 있을 때 위내시경을 이용, 암 조직을 떠내는 조기위암 치료법이다.
반면 진행성 위암 환자는 대부분의 위장관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잘라내는 수술을 한 후 항암제 치료(항암화학요법)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이 불가능한 4기 위암은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한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 등의 다양한 신약들이 개발돼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른바 완벽한 수술적 절제란 위암 병변을 포함한 위를 넓게 자르고, 위암이 전이될 수 있는 위 주변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위 주변 림프절 절제는 수술자가 위암 전문의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잣대가 될 정도로 중요하다.
Q.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은 어떤 차이가 있나?
A. 위암 수술은 흉터를 최소화시키는 최소침습수술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개복수술보다 더 작게 째고 덜 아픈 수술인 복강경 수술과 의료용 로봇을 이용한 로봇 수술이 대표적이다.
복강경 위암수술은 지름 0.5~1.2㎝짜리 작은 창 3~5개만 뚫고 뱃속으로 카메라와 전자 메스, 집게 등 수술 기구를 넣어 모니터를 보며 수술을 진행하는 치료법이다. 개복수술에 비해 통증과 흉터, 출혈 등이 적고 입원기간을 단축시켜 일상으로의 복귀가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로봇 위암수술은 이런 복강경 위암수술의 장점에 더하여 환자의 뱃속에서 사람의 손목보다 더 자유자재로 구부리고 펼 수 있는 수술용 로봇 팔까지 추가하고, 세심한 시야확보를 가능케 한 수술법이다. 수술기구를 이용하는 동안 손 떨림을 없애고 로봇 팔이 카메라를 잡아주는 등 기존의 복강경 수술에선 어려웠던 동작도 쉽게 할 수 있어 유리하다.
Q. 한국인 위암 생존율은?
A.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위암을 가장 잘 치료하는 나라다.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송교영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하버드대 부속 메사추세츠병원 외과 존 멀른(John T. Mullen) 교수팀과 공동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결과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수술 받은 환자(KK군, 3984명)의 장기 생존율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수술 받은 환자(KUS군, 1046명),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수술 받은 백인들(W군, 1만1592명)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KK군의 위암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무려 81.6%에 이른 반면, KUS군은 55.9%, W군은 39.2%에 그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위암 치료 환경 및 기술이 미국보다 월등히 좋다는 방증이다.
Q. 위암 예방 수칙은?
A. 40세 이상 성인으로 현재 속이 자주 쓰리다면 반드시 1~2년 주기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 혹시 위암 때문이 아닌지 체크해 보길 권한다.
소화기 이상 증상이 잦은 30대도 마찬가지이다. 위암 예방에 좋은 식습관은 짠 음식이나 훈제식품, 가공육류, 불에 태운 음식, 절임식품 등을 덜 먹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 우유, 칼슘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아울러 술·담배를 피하고 필요하다면 HP균을 없애는 제균 치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