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확대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특히 전화상담·처방과 생활치료센터 등 비대면 진료 경험이 쌓이면서 실질적 편익을 따져보자는 분위기다.
우선 코로나19 경증 환자 입원시설인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했던 의료진들은 비대면 진료가 ‘제 몫은 했다’고 평가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들은 하루 두 번 혈압, 맥박, 호흡수, 산소포화도 등 활력징후를 스스로 측정해 의료진에게 보내고, 의료진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와 원격으로 화상 상담을 진행했다. 화상 상담에는 카카오톡 영상통화 기능이 활용됐다. 당장 가능한 자원을 임시로 끌어 쓴 것이다.
문경생활치료센터 환자들을 돌봤던 김민선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센터 부센터장은 “환자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순 전화 진료보다는 나았다”며 “카카오톡 화상통화 화질이 꽤 괜찮아서 환자 표정이나 숨 쉬는 것을 보는 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비대면 진료로 적용 가능한 분야를 선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도 용인과 안성의 생활치료센터를 담당한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장(재활의학과 교수)은 “재활의학과 진료실에는 거동이 어려운 환자 대신 대리처방을 온 보호자가 환자의 영상을 찍어와 의사에게 보여주는 일이 종종 있다”며 “이 같은 환자들에게는 대리처방보다 화상진료가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실제 편익을 따져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화 상담·처방을 경험한 환자들은 편리성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줬다. 김광훈 한국소아당뇨인협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전화처방을 활용하고 있다”며 “병원에 내원할 여건이 안 되는 환자들에게는 방문하지 않고 진료를 받는 방법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가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되면서 ‘구멍’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실제 전화처방을 해보니 답답하고 복잡했고, 본인확인 절차 등 시스템이 없다보니 환자와 의료진이 우왕좌왕했다”며 “비상상황이라 이해하지만 안정적인 진료라고 보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믿을 수 있는 체계 안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교수(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장)도 전화상담·처방에 대해 “절차나 시스템 없이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진행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편리성이나 감염병에 대한 불안을 낮춘 측면이 있다”면서도 “제한적 진료라고 해도 환자 확인 절차나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하는 시스템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필수적인 시스템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보안문제도 해결 과제다. 백남종 교수는 “화상진료에서 환자정보보호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책임 범위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여전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 부회장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만져봐야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다”며 “경제나 산업의 논리로 원격의료를 도입하자는 것은 의사의 직업적 양심에 반대되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교육, 사법 등 모든 분야가 비대면 원격 시스템으로 변화되더라도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하는 분야가 의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