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할 때 영화 ‘서편제’(1993)를 보고 인생이 바뀌었어요.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알게 됐죠. ‘서편제’를 오마주한 이 영화는 제 영화 인생의 시작이자, 운명 같은 작품입니다.”
조정래 감독은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영화 ‘소리꾼’의 출발이 ‘서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고발해 35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귀향’(2015) 등을 선보였던 조 감독은 “‘서편제’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판소리의 아름다움을 희비극의 서사에 녹인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는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소리꾼’ 역시 우리 가락과 장단의 멋을 조선시대 배경으로 풀어낸다. 착취와 수탈로 피폐한 영조 10년,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기 위해 저잣거리에서 노래하는 소리꾼 학규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 영화’라는 부제가 달렸다.
영화는 또 조선팔도의 풍광이 담긴 ‘한국형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학규는 장단잽이 대봉(박철민), 몰락한 양반(김동완) 등 백성과 유랑하며 판소리를 완성해 나간다. 소리로 끈끈하게 연결되는 민초들의 모습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소리의 완성도를 위해 조 감독은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2번이나 우승한 소리꾼 이봉근이 학규 역을 맡았다. 배우 데뷔전을 치르는 이봉근은 “내가 잘할 수 있는 판소리를 영화라는 매개로 들려드릴 수 있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룹 신화의 김동완과 박철민 이유리 김민준 등 연기파 배우들이 힘을 보탰다.
국악의 세계화를 이끈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박승원 음악감독이 판소리를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조 감독은 “음악감독님께서 판소리뿐 아니라 서양의 선율이 함께 담긴 좋은 음악들을 만들어주셨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와중 행복을 드리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