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백개의 민간 우주 회사들은 어제의 사건으로 활력을 되찾았다. 앞으로 수십년간 이들은 ‘우주 경제(space economy)’에 대변혁을 일으킬 것이다.”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날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는 이렇게 예측했다. 과거 미국이나 러시아 등 정부가 주도하던 우주산업 중 상당 부분이 민간 영역으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동시에 인류가 ‘우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수년간 머스크 회장이 소유한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활약으로 이른바 ‘우주 경제’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일찍이 지금으로부터 20년 뒤인 2040년에는 우주산업의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에서 1조1000억 달러(약 1226조3123억원)까지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까지 내놓고 있다. 우주산업의 추정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3500억 달러(약 429조원)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인류의 마지막 투자처’로 우주산업을 꼽고 있을 정도다.
민간 분야에서 우주산업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 회장이 소유한 아마존 계열사의 블루오리진이 본격적으로 경쟁에 돌입한 2000년대 초반이다. 특히 스페이스X는 수년 전부터 재사용 로켓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회당 발사 비용을 크게 낮춰 효율성과 경제성을 대폭 증대시켰다.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40년이면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재사용 로켓으로 인해 위성 발사 비용은 2억 달러에서 6000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스페이스X는 자체 개발 로켓 ‘팰컨 9’과 ‘팰컨 헤비’를 필두로 2010년부터 총 80여회가 넘는 로켓 발사를 시도했다. 해가 지날 때마다 스페이스X가 성공시킨 로켓 발사는 점차 늘고 있다.
2015년의 불과 6번에서 지난해 13번 로켓 발사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달 30일 첫 민간 유인 우주선인 ‘크루 드래건’이 발사 19시간 만에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무사히 도킹하면서 민간 우주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경쟁하면서 일반인들이 꿈꾸는 우주 여행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향후 스페이스X의 목표는 2024년까지 승객 100명가량을 유인 우주선에 태우고 화성 탐사에 나서는 것이다. 영국 버진그룹의 우주여행 업체인 버진갤러틱은 일찍이 1인당 25만 달러(약 3억900만원)에 우주의 무중력을 체험하는 1시간30분짜리 우주 관광 상품을 개발한 바 있다.
‘우주 경제’에 대한 주식시장의 관심도 무시할 수 없다.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발사 이후 미 증시 첫 거래일에 머스크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56% 급등한 898.1달러(약 111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버진갤러틱은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총 6.28% 수익률을 보였다.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이 영국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재정난으로 버진갤러틱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같은 주가 상승은 고무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우주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아마존(2.40%) 보잉(3.80%) 록히드마틴(0.52%) 등의 주가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항공 및 방위산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U.S. Aerospace & Defense’도 덩달아 1.05% 상승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인 애덤 조나스는 이번 스페이스X의 발사에 대해 “근 40년간 미국 우주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라며 “우리는 우주에서 더욱 용감하고 대담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긴박감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역시 민간 우주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전망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쿼츠는 “정부기관인 나사에서도 스페이스X의 활약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 등 우주 관련 사업과 연구가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말부터 나사와 스페이스X가 협력한 ISS 관련 운송 서비스가 개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시에 우주개발 사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점차 옮겨가면서 나사의 존재감은 이전보다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사는 근거리 우주 여행 등은 민간 업체에 내주고 원거리 우주 탐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주산업이 미국과 러시아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덜 발달한 한국에서도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우주발사체 관련 업체는 대부분 연 매출 10억원 이하로 다소 영세한 상황이지만, 위성통신 등 우주 관련 다른 산업이 덩달아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측이다.
노동길 KB증권 연구원은 5일 “크루 드래건 발사로 기업들은 위성통신, 여행, 우주화물 등 2차 파생 우주 경제를 향한 투자를 앞당길 것”이라며 “우주 여행 시대 개막도 성큼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도 “스페이스X 발사 성공으로 우주개발 시대는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며 “민간 우주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주산업과 관련된 업체의 경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언급했다. 한 연구원은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라고 240개 이상의 위성을 발사하는 등 글로벌 인터넷 통신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위성 서비스 업체 쎄트렉아이와 위성통신 안테나 업체 인텔리안테크 등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