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열정 담아 헌혈로 이웃사랑 나눠요”

입력 2020-06-04 00:02 수정 2020-06-04 17:28
칼빈대 학생들이 2일 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헌혈버스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용인=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용인 칼빈대(총장 김근수) 운동장에 2일 빨간색 하트와 십자가가 그려진 헌혈버스가 등장했다. 오후 1시가 되자 채플을 마친 학생들이 버스 앞으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 줄지어 섰다. 버스 안에선 문진표를 작성한 학생들이 차례로 채혈실 침대에 누워 팔을 걷었다. 난생처음 헌혈을 했다는 축구팀 정찬혁(1학년·신학과) 선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나눔에 동참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웃었다.

이날 헌혈은 올해 창단 5년 차를 맞는 칼빈대 축구팀 선수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마중물이 돼줬다. 김상호 감독은 “코로나19 사태로 헌혈이 줄어 혈액보유량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접한 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단체 헌혈을 떠올렸다”며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헌혈을 제안했는데 흔쾌히 동의해줘 놀랍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선수단 38명의 뜻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일이 더 커졌다. 각 학부 학생회를 통해서도 자발적 헌혈 참여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때마침 온라인강의 중심으로 1학기를 진행하다 2주간의 오프라인강의 집중 기간을 맞은 것도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내는 배경이 됐다.

김근수 총장은 “학교의 건학이념이 영성과 지성을 함양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인데 학생들 스스로 사랑 나눔에 나서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리워드 제도’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1~5월 개인 헌혈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만3000여건, 단체 헌혈은 6만8000여건 감소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코로나19로 헌혈자가 감소해 혈액보유량이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해 국민 헌혈 독려에 나설 만큼 혈액 수급난을 맞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헌혈 동참은 가뭄 속 단비 같은 일이다.

성낙준 대한적십자사 경기혈액원 팀장은 “10~20대의 헌혈 참여율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속 개강 및 개학 연기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액보유량이 줄면 위급한 환자가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헌혈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란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축구팀 주장 송진우(3학년·신학과) 선수는 “선수들끼리 경기 전에 기도한 뒤 필드에 나가고 평소에도 말씀으로 서로를 격려할 만큼 신앙으로 뭉쳐 있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젊은 세대가 헌혈에 적극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칼빈대 축구팀은 지난해에도 양로원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는 등 실력과 인성을 갖춘 팀으로 알려져 있다. 김 감독은 “코로나19 때문에 조금 늦어졌지만, 올해는 헌혈로 이웃 섬김을 시작한 셈”이라며 “선수들과 함께 멋진 플레이는 물론 이웃사랑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용인=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