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교회 역시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는 전략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 연합기관과 교단도 각각 의견이 달라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무조건 온라인예배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현장예배를 반드시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상적인 것은 소수 중심의 현장예배를 지키면서 온라인예배를 병행하는 것이었다.
온라인예배가 온전하다거나 가상 공동체를 수용하자는 건 아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전염병이 확산되는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국민보건을 위해 임시적 조치를 하자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이웃의 생명을 사랑하라고 강조하지 않으셨던가. 우리의 부주의로 한국교회가 집단 감염의 진원이 돼버리면 사회적 비난과 공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온라인예배는 물론 소수 중심의 현장예배를 지키는 전제하에서 실행해야 했다.
어쨌든 한국교회는 정부의 방역방침에 적극 협조하며 단기방역에 성공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한국교회의 협조와 노력에 대해 감사를 전하고 칭찬하는 발언을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 발언이 언론보도를 통해 나왔으면 한국교회는 국민들로부터 큰 칭송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조간신문에 ‘한국교회 예배강행’이라는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정부와 교회 간에 긴장감이 감돌게 됐고 예정된 발언의 방향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예배를 사랑하는 분들의 견해를 존중하지만, 전체를 보지 못하고 지엽적 입장과 생각만 주장하다가 오히려 사회적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원 리더십, 원 메시지를 회복해야 한다. 다행히 한교총 주관으로 ‘한국교회 예배 회복의 날’을 선언하며 예배의 본질과 가치, 생명 회복이라는 원 메시지를 낸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교총은 정부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성도 출석 80%를 목표로 하는 예배 회복을 선언했다. 그러나 갑자기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났다. 한국교회는 교회를 통제하는 것 이상으로 야간 업소를 통제하라는 말을 가볍게 여긴 정부와 방역당국에 아쉬워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예배 출석 숫자보다 선언적 의미와 방향성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날을 통해 한국교회가 어느 정도 예배의 본질과 가치, 생명성을 회복했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가 원 리더십, 원 메시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하버드대학 케네스 로고프 교수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단기방역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가면서 물리적 방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비가 온다고 언제까지 방안에 갇혀 숨어 지내야 하겠는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서라도 밖으로 나가 일해야 한다. 장기전으로 가면 무엇보다 경제가 중요하다.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우리 사회 속에 정서적·문화적·영적·종교적 방역이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현장예배를 신중하게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사막화되는 정신세계와 황폐화된 영적 세계를 살릴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의 내면적 저항 인자와 사회적 항체를 형성시킨다. 일부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예배 회복의 날’로 인해 확진자가 나온 게 아니다. 평일에 이뤄진 여행이나 소그룹 모임을 통해 감염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지교회 예배를 회복하되, 당분간 평일에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기타 모임은 반드시 절제해야 한다.
예배는 결코 영혼의 사치나 감정의 소비가 아니다. 국민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게 강하게 붙들어주는 영적 방역이며 사회적 항체를 일으키는 진원이다. 한국교회는 현장예배를 단계적으로 회복하면서 각자 소리를 내거나 행동하지 말고 원 리더십, 원 메시지를 내는 데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