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에 일본 수출규제 제소 절차 재개

입력 2020-06-03 04:06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11월22일 잠정 중단했었던 일본과의 WTO 분쟁해결절차를 재개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다시 꺼내 일본을 압박하기로 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작하며 근거로 들었던 문제를 해소했음에도 일본이 갈등 해소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22일 잠정 중단했던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해 향후 제소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12일 일본이 수출규제 근거로 내세웠던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전략물자 수출 통제 제도)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 불충분 문제 세 가지가 모두 해소됐다며 지난달 31일까지 일본의 입장을 밝히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산업부는 그동안 캐치올 통제의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대외무역법을 개정했고, 무역안보 전담 조직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충분히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일부에선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터라 승소하더라도 실익은 크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나 실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한국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 향후 수출규제를 남용하는 일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수출관리 당국 간 대화가 계속됐음에도 한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며 “수출관리의 수정은 제도 정비와 운용 상태에 기반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지난해 7월 발표한 수출관리 운용의 재검토는 WTO 협정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권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