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에 주방위군 전격 투입… 제2의 LA폭동 막기 선제조치

입력 2020-06-03 04:06
LA 한인타운에 투입된 장갑차량과 군용 트럭. 연합뉴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일부 폭력적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가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 주방위군을 전격 배치했다. 1992년 한인타운을 집어삼킨 ‘LA폭동’이 재연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1일(현지시간) LA총영사관은 캘리포니아주 당국이 영사관과 한인회 등의 요구에 따라 한인타운 내 치안 유지와 주민 보호 등을 위해 주방위군을 전격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30분을 기해 한인타운에는 중화기를 장착한 장갑차와 군용트럭 등이 배치돼 경비에 나섰다. 한인타운에 투입된 병력은 30명가량이다. 이들은 웨스트올림픽대로에 위치한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와 월셔대로 상점가 등으로 흩어져 삼엄한 경계 작전을 펼쳤다. 현재 LA 일대에는 500여명의 주방위군이 시위로 피해를 본 상점가와 공공기관 등에 배치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LA 한인타운 앞에서 경계 근무에 들어간 주방위군. 연합뉴스

신속한 주방위군 투입에는 1992년 한인타운에 막대한 피해를 안긴 폭동 사태가 재연돼선 안 된다는 한인사회와 LA 행정 당국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미국 전역으로 번진 시위에서 약탈과 방화 등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합심해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주방위군이 한인타운 보호에 나서자 주민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주방위군은 시위 상황이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LA경찰과 함께 한인타운에 주둔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무어 LA 경찰국장은 “한인타운에 제2의 LA폭동은 없을 것”이라며 “30년 전 발생한 폭동 사태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는 한인들이 약탈과 방화를 막기 위해 스스로 무장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필라델피아, 미니애폴리스 등에서 시위와 관련해 총 79건의 한인 상점 피해가 접수됐다. LA 한인타운에서도 이틀 전 폭동 사태가 일어나 상점 4곳이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