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5일(현지시간) 공연을 재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로는 사실상 처음 대면 공연에 나선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모은다.
빈필은 지난달 27일 라이브 공연 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6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빈필의 홈그라운드인 무지크페어라인의 황금홀(1744석)에서 열리는 5일 첫 콘서트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협연 겸 지휘를 맡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과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렌보임은 7일까지 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한편 7~8일 베토벤 소나타 109~111번을 가지고 리사이틀을 연다. 객석에는 거리두기 기준이 적용된다. 관람객은 최대 100명으로 제한됐으며 관객은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미션 없이 진행된다. 빈필은 이후 14일 리카르도 무티 지휘, 19~21일 프란츠 뵐저 뫼스트 지휘하는 콘서트를 잇따라 선보인다.
빈필의 공연 재개는 코로나19의 진정세에 맞춰 오스트리아 정부가 지난달 15일과 25일 그동안 중단됐던 문화예술 활동을 허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침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지난달 29일부터 관객 100명 이하의 실내외 행사를 허용했으며, 7월 1일부터는 실내 250명 이하(야외 500명 이하), 8월 1일부터는 실내 500명 이하(야외 750명 이하)의 행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황금홀을 비롯해 브람스홀(600석) 등 여러 개의 홀을 가진 무지크페어라인은 여러 개의 콘서트가 시간대별로 펼쳐지게 된다. 6월에만 무려 40개로 빈 심포니의 콘서트와 스타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리사이틀 등도 예정돼 있다. 빈필은 앞으로 완화되는 정부 지침에 발맞춰 객석 규모를 보다 늘릴 계획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준이 1m로 공연장도 마찬가지다. 다만 무대에서 연주자간 거리는 1m를 기준으로 하되 자기 책임을 전제로 의무적이지는 않다. 이에 비해 독일은 매우 엄격해서 객석과 무대 위 모두 1.5~2m 유지를 기본으로 한다. 베를린필의 경우 지난 5월부터 무관중 소규모 콘서트를 온라인 생중계 했지만 대면 공연은 9~10월쯤 시작할 전망이다.
오스트리아 클래식계가 조심스레 기지개를 켜는 것과 달리 한국 클래식계는 최근 위축된 모습이다. 물류센터발 집단감염으로 공공극장이 다시 문을 닫은 데다 서울시향이 최근 ‘무대 위 거리두기’를 적용한 콘서트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 지휘로 선보인 서울시향의 무관중 온라인 공연은 엄격한 독일식 기준을 대입해 연주자 간 최소 1.5m의 거리두기가 이뤄졌다. 단원은 50명 이하로 참여했으며 관악기 주자들 앞에는 투명 방음판도 설치됐다. 당연히 프로그램도 모차르트의 교향곡 39번 등 소편성 곡만 연주됐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도 3일 정기공연을 취소하고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실시하면서 ‘무대 위 거리두기’를 적용하기로 했다. 최대 편성곡은 55명이 오르는 시벨리우스 ‘핀란디아’이며, 연주자 사이는 1~1.5m를 두게 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