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의 “경찰 과잉제압이 死因”… 면책특권 철폐 목소리 커진다

입력 2020-06-03 04:04
미국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 테런스 플로이드(가운데 흰색 티셔츠 차림)가 1일(현지시간) 사건 현장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찾아 한쪽 무릎을 꿇으며 형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찰관의 과잉 제압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인이라는 사실이 부검으로 확인되면서 ‘경찰 개혁’이 미국 흑인 사망 시위의 핵심 어젠다로 떠올랐다.

미국 CNN방송 등은 1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이 플로이드의 사인에 대해 “경찰관의 제압과 억압, 목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심폐 기능의 정지”라는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플로이드 유족의 의뢰로 부검에 참여한 마이클 베이든 전 뉴욕시 검시관 역시 이날 ‘지속적인 압박으로 인한 질식’을 사망 원인으로 지목했다.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미국 경찰의 과도한 폭력성과 이를 보장하는 ‘공무원 면책권’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공무원 면책권은 명확한 법적·헌법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공무원이 직무상 한 행동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른 데릭 쇼빈 경관도 사건 발생 직후 3급 살인죄로 기소됐지만 면책권을 통해 가벼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쇼빈은 19년간 경찰로 근무하면서 플로이드 사건 외에도 최소 두 차례 용의자를 총으로 쐈고 이 중 한 명은 숨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차례 견책 외 어떤 징계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에서 “(이 사건에 대해) 화나고 실망스럽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긍정적 개혁 어젠다를 추가해야 한다”면서 경찰에 의한 폭력과 과도한 공권력 행사 금지,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독립적 조사 등을 촉구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델라웨어주 웰밍턴의 교회에서 흑인 정치인과 종교인을 만난 자리에서 “제도적 인종차별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설치됐던 ‘경찰감독위원회’를 다시 가동해 경찰의 관행을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일한 오마 민주당 하원의원,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하며 공화당을 탈당한 무소속 저스틴 어마시 하원의원 등은 경찰의 면책권 폐지를 요구하는 법안을 이번 주 제출할 예정이다.

어마시 의원은 “플로이드의 죽음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어져온 경찰의 직권남용 사례 중 가장 최근에 발생한 일”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은 경찰이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보호받기 때문에 계속된다”고 말했다.

NYT는 이날 사설에서 경찰의 무력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무력을 행사해야만 할 때에는 그 이유를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해야 하며, 경찰이 저지른 잘못에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미국에서 법 집행관의 실수로 목숨을 잃은 흑인의 이름을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면서 “시위대가 원하는 국가는 잘못을 저지른 나쁜 경찰을 징계하는 나라가 아니라 해고하는 나라이며, 시위대를 구타한 경찰이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않고 일자리를 잃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