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원 밀어붙이는 여당… “인해전술 아닌 민해전술”

입력 2020-06-03 04:01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일 미래통합당을 배제한 채 국회법에 명시된 대로 5일 개원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의 ‘단독 개원’이나 ‘상임위원장 전석 석권’ 등의 발언이 야당 기선 제압용 으름장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21대 국회에선 달라진 의석수에 맞춰 관행을 깨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의석수에 합당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5일 개원 추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해 5일 민주당 몫의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겠다는 안건을 올렸고,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통합당과 합의가 안 되면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은 빼고 선출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개원 의사를 강조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민주당 177명 전원에 정의당, 열린민주당, 무소속 의원까지 총 188명이 서명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전날 ‘인해(人海)전술’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민해(民海)전술’이라고 맞받아쳤다. 유 의원은 “국민께서 민주당에 압도적 다수 의석을 주신 결과를 인해전술과 비교하는 것은 민의를 심각하게 모독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177석을 몰아준 유권자들 뜻을 따르기 위해선 단독 개원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원 구성 협상 관행을 현재 177석 거대 여당에 적용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이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한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선 본회의 과반뿐만 아니라 개별 상임위 역시 민주당이 단독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해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정립해야 하는데 그 시작은 국회법을 지켜 정시에 개원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악습을 청산하고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하는 국회이지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지지부진한 협상을 하는 그런 국회가 아니다. 민주당은 이번에 아주 단호하게 임할 것을 다시 말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총선에서 주어진 민심에 따라 국회의 관행을 끊어내고 일하는 국회를 이번 기회에 꼭 만들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없다면 협치와 상생이 무의미한 것 아니냐”며 “코로나19 극복과 개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원내지도부 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단을 비롯해 당 지도부에선 상임위원장 18석 전부를 차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통합당 반대를 무릅쓰고 개원을 강행할 경우 총선 이후 첫 임시회 집회일을 규정한 국회법 개정(1994년) 이후 사상 첫 단독 개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달 초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 연설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