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오기도 전에… 성장률 10년·소득 증가율 21년 만에 ‘최악’

입력 2020-06-03 04:08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국민소득은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올해 1분기 한국 경제는 12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역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분기보다 1.3% 감소하며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1분기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민간소비가 6.5% 위축되며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의류, 화장품 같은 재화와 음식·숙박, 오락문화를 비롯한 서비스가 모두 줄었다.

급격한 소비 위축과 함께 서비스업 성장률 역시 1998년 1분기(-6.2%) 이후 최저인 -2.4%까지 내려갔다.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운수업, 문화 및 기타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은 반도체 등이 늘었지만 자동차와 기계류 등이 줄어 1.4% 감소했다. 수입은 광산품과 자동차 등이 줄어 3.6% 감소를 기록했다.

1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6%로 2008년 4분기(-2.2%) 이후 최저다.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2.0% 하락하며 1998년 2분기(-3.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종합물가지수인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0.6% 내리며 사상 최장 기간인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 성장률이 1분기보다 더 낮은 -2% 초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은 “한은이 발표한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 -0.5%는 2분기에 2% 이하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거라는 전망을 내포하고 있다”며 “1, 2차 추경 효과의 가시화 정도, 향후 수출 흐름, 미·중 무역분쟁 전개 상황 등에 따라 2분기 성장률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질 GDP는 전년 대비 2.0%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정부소비 증가세가 확대됐지만 건설과 설비투자 감소세가 지속된 데다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영향이 컸다. 분기별 전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 -0.3%, 2분기 1.0%, 3분기 0.4%, 4분기 1.3%의 흐름을 보였다

설비투자와 수입은 각각 7.5%, 0.6% 위축됐고 제조업은 1.3% 성장에 그쳤다. 이들 모두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소비 증가율은 6.6%로 2009년(6.7%)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질 GNI는 전년 대비 0.1% 증가하며 1998년(-7.7%) 이후 최저 성장률을 보였다. 명목 GDP(1.1%)와 명목 GNI(1.6%) 역시 각각 -0.9%, -1.6%를 기록한 1998년 이후 최저다. GDP 디플레이터는 -0.9%로 1999년(-1.2%)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 노동소득분배율은 전년 대비 2.0% 포인트 상승한 65.5%로 195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 배율은 1년간 생산 활동으로 발생한 소득 중 근로자에게 돌아간 몫을 뜻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