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 규모 카타르 LNG선 수주… 조선업 단비

입력 2020-06-03 04:05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왼쪽)이 지난 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축하를 받으며 카타르 페트롤리움(QP)과의 LNG선 슬롯 예약 약정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국내 조선3사가 23조원이 넘는 카타르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수주 부진 탈출의 신호탄으로 작용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따돌리고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면서도 업계 전체가 살아나려면 후속 수주가 이어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국내 조선3사는 전날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협약을 맺었다.

사별 세부 수주량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QP는 2027년까지 필요한 LNG선이 100척 이상이며, 계약 규모는 700억 리얄(약 23조6000억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LNG 프로젝트가 대규모 LNG선 건조를 검토 중인 다른 선사들의 발주 계획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QP는 2027년부터 연간 1억2600만t 규모의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LNG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후 선박을 교체하는 등 대규모 운반선 발주를 진행 중이다. 업계 안팎에선 지난달 중국이 카타르의 1차 발주 물량(16척)을 먼저 가져갔지만, 이번에 국내 3사가 LNG선 수주를 휩쓸면서 ‘기술력만큼은 여전히 1위’라는 점을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급락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선박 발주가 급감한 가운데 대형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계약은 추후 다른 계약의 추진 속도를 빠르게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조선 업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업계에 숨통이 트였지만 단기간에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주를 직접 계약한 3사를 제외한 국내 중소 조선기업들은 수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LNG선을 제외한 나머지 선박은 교역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당분간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이번 수주는 실수요가 반영된 것이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 추가 수주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2~3년 뒤 실수요가 생기려면 올해 말쯤 미리 수주되는 추가 물량이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업황이 좋아진다고 확신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박구인 안규영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