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비대면) 흐름을 인정하되 고전적 신학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변주하는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대한성공회가 2일 서울 중구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코로나19 이후 대한성공회의 선교적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라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페이스북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됐다(유튜브 캡처).
사공병도 부산교구 사제, 국충국 대전교구 사제, 차보람 서울교구 사제가 사회적 측면과 한국교회 차원, 성공회 관점에서 각각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것’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진행했다. 한국교회의 집합예배와 온라인예배를 둘러싼 논란, 미디어 대응 등을 되짚어보고, 영국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의 부활절 화상 인터뷰와 성무일·성찬례 소셜미디어 라이브가 전 세계 신자들의 영성에 긍정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례 등도 소개됐다.
사공 사제는 “많은 전문가와 석학들이 코로나19로 변화된 우리 일상이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망한다”며 사회 변화의 중심에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사회 주류 가치관과 문화의 세대교체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국 사제는 이 같은 변화가 교회와 예배에 미칠 영향을 포용하는 청사진으로 ‘비대면 사목 서비스 개척’을 강조했다. 예배보다 정의, 예배당이 아닌 우리 자신이 성전 등 언택트 시대에 강요된 ‘사람이 먼저’라는 고민이, 역설적으로 ‘세상이 줄 수 없는 것을 주는 교회’라는 출발점에 대한 숙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교회가 향후 예상되는 변화나 기대 효과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현시점의 한계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관련 논의를 공론의 장에 올리면서 ‘출발점’에 섰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차 사제는 “우선은 과거를 향한 회귀와 미래를 향한 폭주 사이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현재를 겪어내고 살아내는 일이 중요하다”며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마주한 교회의 현실 앞에서 ‘물리적 공동체성’과 ‘온라인 기도·예배’를 경쟁 또는 양자택일 구도로 규정하지 않고 건설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