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있다” 재판 ‘조퇴’ 하려 한 최강욱

입력 2020-06-03 04:02

“제가 기자회견이 있어서….”(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사진)

“형사소송법상 위법합니다. 허용할 수 없습니다.”(정종건 판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진행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2차 공판기일에서 재판장과 피고인 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최 대표가 국회 기자간담회가 있다며 재판 30분 만에 법정을 떠나려 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발급해 대학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 대표는 증거조사 도중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제가 기자회견이 있는데 오늘 정리된 부분을 다음에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며 “제가 당대표 위치라서 공식행사에서 빠질 수가 없다.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최 대표의 변호인도 “허가해주신다면 피고인 없이 진행해도 되겠느냐”고 불출석 재판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위법하다. 허용할 수 없다”며 “어떤 피고인도 객관적인 사유가 없으면 변경해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변호인이 “다른 사건은 양해해주면서 이 사건을 변경 안 해주시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맞섰지만 정 판사는 “어떤 피고인이 요청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재판을 그대로 진행했다.

설전은 법정 밖에서도 이어졌다. 취재진은 법정을 떠나는 최 대표에게 “앞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의원직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재판이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는데 기자간담회를 1시간 뒤로 정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최 대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지원한 것을 두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그러자 최 대표는 “의도가 있는 질문을 한다. 재판을 피한다거나 미루려 한다는 답을 끌어내려는 것 같다.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법사위 가려는 것 아니냐(고 보려 한다)”며 “굉장히 부적절한 해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대표로서 국회가 열린 뒤 국민들에게 당 입장을 먼저 말씀드리는 게 더 중요한 일이고 개인 재판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했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뒤늦게 참석한 국회 기자간담회에서도 “재판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기자간담회를 잡은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다”며 “정치적 기소로 억울한 꼴을 당하는 입장에서 재판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해 “훨씬 중요한 사안에도 미적거리던 검찰, 특히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며 “또 다른 검찰 정치의 시작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관해선 “검찰총장의 신속한 수사 지시는 이런 사건에 필요한 것이지 윤 의원 건이 아니다”며 “검찰이 진실 규명을 소홀히 하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자창 이현우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