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 입은 경제 회복을 위해 첨단 기술 인력을 집중 양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재계에서 나왔다. 대학 최첨단 분야 학과의 입학 정원 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해 이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입학 정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컴퓨터공학 등 최첨단 분야 학과의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 총량 규제를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 분야 인력 부족 문제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포함해 제21대 국회에 바라는 입법과제 40건을 발표했다. 수도권 대학은 정원 총량제 때문에 학과 정원을 늘리거나 학과를 신설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설문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4차 산업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인재 육성을 위해 ‘AI 교육 인프라 확대’(37.8%)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AI 인재 육성은 장기간의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으로 초·중·고교와 학부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또는 AI 관련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해 기초교육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재 산실인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이 2008년 141명에서 2018년 745명으로 5배 이상 증가하는 동안 서울대 같은 학과 정원은 15년째 계속 55명이었다가 올해야 겨우 70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같은 설문에서 4차 산업혁명을 위해 데이터 활용규제, AI 전공교수 겸직 제한 등 ‘기술혁신과 신산업 창출을 저해하는 규제 완화’(21.1%)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국제적인 AI 인력 비교에서 미국과 중국에 한참 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국내 AI 인력 부족 규모를 2022년 3132명으로 예측한다. 현장에서도 인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300개 중소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어려운 이유로 전문인력 부족(28.7%)을 첫 번째로 꼽았다.
전경련은 이외에도 21대 국회에 기업의 규제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줄 것을 주문했다.
전경련은 “현재 우리나라는 2016년 7월 규제비용 관리제 시행 이후 순규제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1개 규제 도입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규제비용이 발생할 경우 2개 이상의 규제를 폐지하는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 도입을 제안했다. 이밖에 ‘제2의 네이버’가 나타날 수 있도록 사내벤처의 분사 창업 시 창업부담금 면제 범위를 넓혀주는 등 사내벤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재계와 여당은 오는 11일 국회에서 21대 개원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한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대한항공 임원진은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기업 태스크포스(TF)’가 주최하는 비공개 토론회에 참석해 주52시간제 개선, 유동성 지원 방안, 세제 개편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강주화 권민지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