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용수 할머니 겨냥한 2차 가해는 인격살인이다

입력 2020-06-03 04:03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겨냥한 인신공격이 도를 넘었다. 이 할머니가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기억연대와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한 문제를 제기한 후 온라인에서는 온갖 혐오성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노욕” “치매” “노망” 등의 폄하 발언뿐 아니라 이 할머니를 ‘가짜 위안부’라고 몰아간다. 한 블로거는 “이용수 할머니는 아예 위안부와 상관없는 사람이고, 반일감정을 부추기며 선동해 돈을 벌던 인물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어두운 과거의 그늘 속에서 숨죽여 살다 여성인권운동에 헌신했던 이 할머니의 개인사를 깡그리 왜곡하는 발언이다. 최근에는 “전사한 일본 군인과 영혼결혼식을 한 할머니의 진실한 사랑에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비아냥 글이 민주당 당원그룹 게시판에 올랐다. “친일 할매” “왜구의 후예” 등의 막말이 댓글로 달렸다.

이런 식의 비난은 명백한 2차 가해 행위로, 인격 살인이다.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울부짖었듯 고명딸로 태어나 격랑의 시대를 살며 겪었던 모진 피해를 부정함으로써 재차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성인지 감수성은 물론 역사의식도 결여된 행태다. 전쟁을 빌미로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침탈했던 제국주의 국가권력의 집단 가해와 진배없다.

이런 가학 행위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이 할머니로 인해 도전받게 된 여성인권운동을 감싸려는 것이라면 겨냥이 한참 잘못됐다. 이 할머니나 고 김학순 할머니 같은 이들의 용기 있는 고백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정의연이 없었고 위안부 시민운동도 없었다. 이제 와 이런 희생을 부정 혹은 폄하하는 것은 운동을 위한 운동을 옹호하는 것일 뿐이다. 윤 의원을 비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운동가를 위해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행태다.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는 편 가르기만 증폭시킬 뿐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참에 제기된 여러 문제를 차분히 살펴보고 해법을 고민하는 게 올바르다. 범법이 있으면 처벌을 받고, 운동 방식에서 잘못이나 미흡함이 있었다면 바로잡아 새롭게 시작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