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G7 초청에… 문 대통령 “기꺼이 응하겠다”

입력 2020-06-01 23:14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공식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행 G7 체제에 한국과 호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국가를 추가해 G11 또는 G12로 확대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사실상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삼고 있어 우리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1일 오후 9시30분부터 15분간 통화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G7이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이를 G11이나 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생각은 어떠시냐”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초청에 사의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금년도 G7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한국을 초청해 주신 것을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님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며,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G7의 확대 형태로서 대면 확대정상회의가 개최되면 ‘포스트 코로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대면회의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세계가 정상적인 상황과 경제로 돌아간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G7 체제는 전 세계적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G7 체제의 전환에 공감하며, G7에 한국과 호주 인도 러시아를 초청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 4개국에 브라질을 추가해 G12로 확대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브라질의) 인구, 경제규모, 지역대표성 등을 감안할 때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러시아 호주 인도 4개국을 G7 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G7 정상회의는 당초 이달 말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부 국가가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정상적 개최가 어려워지자 개최 일자를 연기하는 대신 초청 국가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G7 확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중국 견제 포석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의석상에서 노골적으로 반중 전선 참여를 압박할 경우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정상 간 통화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거론하며 “미국은 인도 호주 한국 일본 브라질 유럽 등 세계 동맹국과 좋은 파트너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들과 함께 미국식 자유에 바탕을 둔 서구 모델이 다음 세기에도 보장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두고 미국이 군사 분야에서도 한국이 반중 전선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