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이상 쏟아부어 ‘역성장’ 막기… ‘장밋빛 전망’ 그칠 우려

입력 2020-06-02 04:02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3차 추경 당정 협의’에서 “단일 추경으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추경안을 오는 4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정부가 200조원이 넘는 돈으로 올해 0.1%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장밋빛 전망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 지원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2차 감염 대유행이 발생할 경우 하반기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 수출은 팬데믹과 미·중 갈등으로 올해 나락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다. 나랏돈 경기 방어의 한계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0.1% 성장의 근거는 하반기 내수 회복과 나랏돈 투입 효과다. 기재부는 이날 “생활방역으로의 전환 및 움츠렸던 구매력 분출 등에 힘입어 내수가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달 중 3차 추경에 돌입하면 내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풀린 긴급재난지원금 덕분에 재래시장 등이 활기를 찾은 부분도 기대감을 키우는 사례다. 정부는 공연 영화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분야들에 1700억원 가까운 할인쿠폰을 뿌리면 소비효과가 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재정 투입에 사활을 거는 것은 경제의 한 축인 수출 상황이 암울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1년 전보다 23.7% 감소했다. 4월(-25.1%)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로 감소했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수출금융을 1년 전보다 4조7000억원 확대한 118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출 물류비용 30% 보조, 수출 관련 화상상담 등도 지원한다.


그럼에도 하반기 수출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부분적인 봉쇄조치가 계속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현실화하면 각종 대책조차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8.0% 감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문제는 한국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80%를 웃도는 상황에서 수출 부진이 내수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재정 투입의 내수 진작 효과도 단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한계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현금 살포와 세제 지원으로 민간 소비를 끌어올리고, 해외 사업장의 국내 복귀를 유인해도 결론적으로 소득과 매출이 늘지 않으면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임금과 각종 규제도 재정발 성장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1%는 내년 최저임금 수준이 올해와 같거나 낮아야 한다고 답했다고 1일 밝혔다. 많은 기업들이 최저임금 등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자리에서 “올해 역성장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 수장조차 재정 몰빵 대책에 대한 불안감이 없지 않은 셈이다.






세종=이종선 전슬기 전성필 기자 remember @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