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76조 ‘한국판 뉴딜’ 공식화… 재탕 많아 ‘속빈강정’ 우려

입력 2020-06-02 04:05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갈 ‘한국형 뉴딜’의 윤곽을 선보였다. 디지털, 친환경산업, 고용 등 분야별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성장의 핵심 기둥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규제 개혁 등에는 소극적이면서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에다 ‘뉴딜’이라는 용어만 붙여 포장한 경우도 있어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1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한국판 뉴딜 추진을 공식화했다. 2025년까지 총 76조원을 투입해 경제성장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통해 5조10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문재인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31조3000억원을 쏟아부어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차기 정부에서도 향후 3년 동안 45조원이 이 사업에 투입되는 셈이다.

한국판 뉴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디지털 뉴딜’이다. 2022년까지 총 1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교육과 의료 등 각종 서비스 분야에서 비대면 기반을 강화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세부적으로는 전국 초·중·고교 38만개 교실에 와이파이를 구축하고, 전국 도서·벽지 등 농어촌 마을 1300개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보급한다. 주민센터 등 공공장소 4만1000곳에 고성능 와이파이도 신규 설치한다.

또 다른 핵심축은 ‘그린 뉴딜’로 친환경산업에 2022년까지 12조9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어린이집과 보건소, 의료기관, 공공 임대주택 등 노후 공공건축물에 대해 고효율 단열재나 환기시스템 등을 보강하는 식이다.

정부는 고용안전망 확충, 고용 취약계층 생계지원 등에 방점을 찍은 고용안전망 강화책(휴먼 뉴딜)도 추진한다.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 차원에서 예술인·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 범위도 확대한다.

다만 정부의 이런 뉴딜 정책이 기존 대책들에 ‘뉴딜’이라는 용어만 붙인 ‘재탕’이라는 지적이 있다. 가령 에너지관리효율화 지능형 스마트그리드 구축, 태양광 설치 확대 등의 정책은 기존에도 정부가 주도해 오던 정책이지만 그린 뉴딜 사업으로 포장됐다. 또 정부가 자료에 휴먼 뉴딜이라 표기했다가 고용안전망 강화책으로 수정하는 등 뚜렷한 원칙 없이 뉴딜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면 뉴딜 정책 성공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평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사업 활로가 될 수 있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담기지 않았다. 공유숙박 서비스 등의 플랫폼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없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한국형 뉴딜을 성공시키려면 세제 지원 등의 당근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신산업 추진을 가로 막는 규제를 개선하고, 중소기업·대기업 등이 혁신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종=전성필 이종선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