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재주성’… 역대 최대 3차 추경 편성

입력 2020-06-02 04:03

정부가 나랏돈을 사실상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삼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민간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자 정부가 재정으로 경제를 떠받치는 것이다. 1, 2차 26조원 추가경정예산에 추가로 대규모 3차 추경을 추진하면서 경제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권 후반기를 맞아 경제 정책을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에서 ‘재주성’(재정 주도 성장)으로 갈아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으로 올해 ‘0.1% 성장’을 다짐했다.

기획재정부는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0.1%로 조정했다. 정부 전망치는 한국은행의 수정 전망(-0.2%)을 웃돈 것이다.

정부가 플러스 성장을 제시한 건 정책 효과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하반기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켜 성장의 반등을 이뤄내고 선도형 경제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과감한 재정 투입을 위해 단일 추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3차 추경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코로나19 대응으로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돈은 총 250조원이다. 여기에 하반기에 수십조원대 돈을 추가로 투입, 소비와 투자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숙박, 관광, 영화 등 8대 분야에 1684억원의 소비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승용차 개별소비세도 하반기까지 30% 깎아주기로 했다.

또 한국형 뉴딜 사업을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31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자해 지속 가능하면서도 질 좋은 일자리 55만개를 창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조기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집중 지원에도 나선다.

기업 활력을 위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이 직전 3년 평균치보다 투자를 늘릴 경우 세금을 추가 감면해준다. 국내로 돌아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신설하고 수도권 공장총량제 범위 내 부지를 우선 배정해주기로 했다. 소상공인에게 긴급자금 10조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금 출연도 확대한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 주도적으로 성장 정책을 펼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성장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후 지속된 민간 부문 침체는 올해 코로나19 타격으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민간은 경제성장률을 오히려 깎아먹는 ‘마이너스 기여’를 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가 유일한 경제 소방수인 셈이다.

다만 수도권 규제완화 등 기업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이 빠진 데다 코로나 2차 대유행 등 외부 변수도 적지 않아 이번 대책이 플러스 성장 발판이 될지는 의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제 추락세를 재정으로 막겠다는 게 정부 방침으로 보인다”면서도 “코로나 2차 대유행, 교역 여건 악화, 지출 확대 등을 고려하면 올해 역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신준섭 기자, 임성수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