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캠퍼스 2라인(P2라인)에 약 8조원을 투자해 최첨단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한다고 1일 발표했다. 같은 곳에 초미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수탁생산) 라인 증설 계획을 밝힌 지 열흘 만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초격차를 확대하겠다는 삼성의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고, 내년 하반기부터 5나노 이하 EUV와 함께 최첨단 V낸드 제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반도체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6세대 V낸드 제품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2015년 처음 조성된 평택캠퍼스는 이번 추가 투자로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를 함께 생산하는 최첨단 반도체 복합 생산기지가 됐다.
삼성전자는 투자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는 지난달 발표한 파운드리 라인은 9조~10조원, 이번 낸드플래시 라인은 7조~8조원 규모로 예상한다. 현재 공사 중인 평택 2라인 D램 생산라인은 투자비가 15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이번 평택 2라인 증설에만 모두 33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언택트(비대면)’ 라이프 스타일 확산으로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수요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 총량은 2016년 16제타바이트(ZB·1조기가바이트)에서 2025년 163ZB로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경쟁업체의 낸드플래시 기술이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2002년부터 낸드플래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에서 지난해 기준 36%를 기록했다. 다만 점유율은 2018년 대비 2% 포인트 하락했다. 올해는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4월 삼성의 6세대 낸드 수준인 128단 낸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는 등 경쟁사 추격이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화성 EUV 전용 V1라인 현장을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중국 시안 사업장을 시찰했다. 지난달 평택 파운드리 라인 조성에 이어 이날 낸드 증설 투자 발표까지 해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잇단 투자가 ‘위기일수록 더 투자한다’는 삼성전자의 경영 원칙과 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