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이 단체로 ‘노동계 대부’의 강의를 들었다. 이 강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삼성은 1일 문성현(사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초청해 사장단을 대상으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열었다고 밝혔다.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강연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등 계열사 사장단 20여명이 참석했고 강의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문 위원장은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형성’을 주제로 삼성 노사관계에 대한 외부의 시각,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위한 제언, 건전한 노사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방향, 노사관계의 변화와 전망 등을 위주로 강의하고 노사 관계에 대한 삼성 경영진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는 “경영진이 직접 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먼저 변화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 노사관계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문 위원장과 삼성 사장단은 강연 후 새로운 노사관계 확립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사관계에 대한 삼성의 입장과 계획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는 평소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창설 주역이자 민주노동당 대표를 역임한 문 위원장은 노동계 대부로 통한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30년 넘게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문 위위원장을 노사정위원장으로 위촉했을 때 야권은 친노동계 인사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던 삼성이 민노총 출신 인사를 사장단 강사로 부른 데 파격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무노조 경영방침 폐지를 선언하고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경청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날 강연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약속 이행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삼성 사장단이 외부 강사의 강연을 들은 것은 2017년 2월 이후 3년 만이다. 삼성은 몇 년 사이 노동 이슈 등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노조에 대한 인식이 국민 눈높이와 사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노조 와해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최근에는 노조 설립 등을 이유로 해고됐던 고공농성자 김용희씨와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답보 상태였던 협상이 탄력을 받아 전격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는 불법파견 논란이 있었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000여명을 모두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