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5월 마지막 날에야 개막 첫 4주를 완주한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는 지난해와 같은 공인구를 사용하고도 정반대의 ‘타고투저’ 현상이 부각됐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결과를 말하고 있다. 타선이 마운드를 압도적으로 제압한 듯했지만, 정작 타율 3할대를 넘어선 팀은 KT 위즈가 유일하다.
KT 타선은 지난 4주간 가장 화끈한 ‘불방망이 쇼’를 펼쳤다. 팀 타율 0.306, 팀 안타 255개로 10개 팀 중 1위에 올랐다. 팀 타점(139점)에서 투·타의 균형을 이뤄 리그 초반 선두를 질주하는 NC 다이노스(146개) 다음으로 많았다. 팀 평균자책점(5.58점) 9위로 처진 KT 마운드의 부진을 만회하는 것은 결국 타선이다. KT가 7위(10승13패·승률 0.435)로 밀린 탓에 타선의 활약상을 큰 주목을 끌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KT 타선의 ‘조용한 반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중심에 조용호(31·사진)가 있다. 조용호는 지난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12대 8로 격파한 KBO리그 원정경기까지 개막 첫 4주간 59타수 25안타로 타율 0.424를 기록했다. 타율 부문에서 두산 베어스의 중심타자 호세 페르난데스(타율 0.468)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 4할대로 첫 4주를 완주한 타자는 KT 중심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타율 0.409)까지 3명뿐이다. 순위표 앞뒤의 외국인을 뺀 ‘토종 타자’만 놓고 보면 4할대 타자는 조용호가 유일하다.
조용호의 타격 능력은 높은 타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타수에 비해 적은 21경기에서 9타점을 뽑아낸 집중력에서 조용호의 진가가 드러난다. 조용호는 5경기에서 결승타를 쳤다. 나성범(NC)·채은성(LG·이상 4회)을 뿌리치고 결승타 부문 1위에 있다. 득점권 타율에서도 0.526으로 1위다.
조용호의 올 시즌 초반은 지난 시즌까지와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조용호는 SK 와이번스에서 육성된 선수다. 포화상태인 SK 외야진에서 조용호에게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2014년에 입단한 SK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2018시즌을 끝내자마자 KT로 트레이드됐다. 당시만 해도 선수층이 얕았던 KT는 외야수 겸 테이블세터의 백업 요원으로 조용호를 불러들였다.
KT 입단 첫 시즌인 지난해, 조용호에게 주어진 역할은 대타·대수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조용호는 SK 시절보다 늘어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강백호의 부상 공백도 결국 조용호에겐 기회였다. 조용호는 지난해 출전한 87경기에서 55안타를 때려 타율을 3할 목전인 0.293으로 끌어올렸다. SK에서 2018년에 마지막으로 작성했던 타율 0.077과 비교하면 괄목할 진전을 이뤘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조용호의 절실함은 언제나 타격 이후 1루까지 전력으로 질주하는 근성으로 나타났다. 조용호의 올 시즌 출루율은 리그 내 최고인 0.507이다. 두 번의 타석에서 반드시 한 번은 1루를 밟는 셈이다. 그렇게 올 시즌 초반에도 이어진 백업 임무를 점차 주전으로 바꿔갔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제 ‘클린업 트리오’를 시작하는 3번 타순에서 외야수, 혹은 지명타자로 조용호를 활용하고 있다. KT는 2일 시작되는 두산과 홈 3연전에서 반등에 도전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