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구하려는 애절한 아버지 보여주려 20㎏ 빼”

입력 2020-06-02 04:06
코로나19 여파로 움츠렸던 극장가에 재시동을 거는 김무열 송지효 주연의 영화 ‘침입자’.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배우 김무열(38)은 늘 의외의 얼굴을 보여줬다. 4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침입자’에서도 그렇다. ‘기억의 밤’ ‘악인전’ 등 스릴러 전작의 강렬한 캐릭터와 달리 ‘침입자’ 속 김무열은 애처롭고 절박하다. 극에서 신경쇠약을 앓는 주인공 서진 역을 맡은 그는 실종됐던 여동생이 25년 만에 돌아오며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앞선 작품에서도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을 연기했었지만, 신경질적인 서진은 또 다르다”며 “트라우마가 어떤 증상으로 발현되고, 어떤 치료가 필요할지에 대해 심리학 서적을 찾아보며 캐릭터를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세 차례나 연기했던 ‘침입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장에 재시동을 거는 첫 상업영화가 됐다. 집에 낯선 인물이 침입하는 설정의 스릴러는 많지만 ‘침입자’의 서스펜스는 어떤 스릴러에 견줘도 남다른 편이다.

불안한 서진의 심리를 표현하려 체중을 20㎏가량 감량했다는 김무열은 “촬영 말미쯤에는 연기 몇 시간 전부터 계속 소리를 질렀다. 목을 쉬게 해 인물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서진이 내겐 첫 아버지 역할이었는데,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절절하게 그리기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동료 배우 윤승아와 5년 전 결혼식을 올린 김무열은 아직 자녀는 없다. 상대역의 송지효에 대해서는 “상대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배우”라며 “예능에서 ‘몸치’로 알려져 있지만 굉장히 액션을 잘한다. 내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침입자’는 ‘아몬드’ 등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손원평의 장편 연출 데뷔작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김무열은 손 감독이 캐스팅 자리에서 건넨 ‘아몬드’를 단숨에 읽어내려간 뒤 출연을 결심했다. 작품의 탄탄한 세계관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배우 김무열은 25년 만에 돌아온 여동생과 대립하며 가족을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서진 역을 긴장감 있게 풀어낸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영화에서는 사이비 종교 등 컬트 소재가 주요 이야깃거리로 등장한다. 코로나19 사태 속 논란을 일으킨 집단 신천지가 떠오른다. 김무열은 “종교 소재가 강렬하고 영화적 설정으로 느껴져 반감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유사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걸 보며 판타지적 설정이라고만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김무열은 최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전미도처럼 대학로가 배출한 스타 중 한 명이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2005)으로 대학로에 정식 데뷔한 그는 또 다른 베스트셀러 뮤지컬 ‘쓰릴 미’(2007)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뒤 브라운관과 스크린으로 일찌감치 발을 넓혔다. 하지만 무대를 향한 애정은 지금도 변함 없어서 영화·드라마를 하면서도 거의 매년 뮤지컬·연극에 출연하고 있다. 김무열은 “무대는 배우가 뛰어놀 수 있는 가장 좋은 ‘놀이터’”라며 “연기를 하는 내내 무대 작업을 병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