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재테크 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장단기 경기 전망이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0.5%)를 더 낮추면서 초저금리 상황도 맞닥뜨렸다. 이에부동자금은 역대 최대 규모로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대 은행 프라이빗 뱅킹(PB) 팀장들을 통해 ‘코로나 시대 재테크 동향 및 전략’을 들어봤다.
간접·장기투자→단기·직접투자 선호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재테크 시장이 몇가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파생상품 등 복잡한 상품보다는 단순한 상품(주식·실물자산·달러·금 등)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투자를 대신해주는 간접투자보다는 직접투자를, 장기보다는 단기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신한은행 PWM 분당센터 이주리 팀장은 2일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어떤 자산도 안전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당분간 재테크 시장은 개인들의 국내외 주식 직접투자, 고신용채권 및 실물자산 위주로의 직접 및 단순 투자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한 위험을 회피하는 경우와 적극적으로 위험을 추종하는 투자로 양극화되는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하나은행 롯데월드타워 골드클럽 김윤상 PB팀장은 “보수적인 투자자일수록 달러 예금 등 자산을 보유하려는 분들이 많았다”며 “반면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초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수익보단 안정성… 테마주 유의해야
불확실성이 짙고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이 우선이다.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조현수 PB팀장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실물경기 회복이 쉽지 않고, 미국과 중국간 정치적 불협화음이 또 다른 시장 변동성 요인으로 부각된 상태”라며 “현 상황에서는 투자자산의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양재PB센터 정성진 팀장은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우선 본인이 갖고 있는 자금의 용도와 성격에 대해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전세보증금 등 사용처가 있는 자금을 여유자금으로 분류해선 안된다. 대개 2년 뒤 다른 세입자를 통해 보증금 승계가 가능하지만,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 일시적인 자금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김 팀장은 “이럴때 일수록 일시적인 시장의 급등이나 급락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면서 “합리적인 기대 수익률에 기반해 분산투자와 위험관리를 실행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는 투자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유동성 장세에 곧잘 등장하는 테마주 투자는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IT중심·언택트 관련주 등에 주목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가져다줄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의 정보통신(IT) 중심 성장주는 향후 상승 기대감이 높아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언택트(비대면)’ 트렌드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관련 업종에 투자하는 펀드도 주요 추천 대상이다.
신한은행 이 팀장은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글로벌 IT 기술을 주도하는 미국 주식에 일부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자투리 돈으로 투자할 경우, 코로나 이후에도 성장가능성이 큰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투자도 추천됐다.
우리은행 조 팀장은 외화달러보험을 지목했다. 외화보험은 공시이율이 높고, 환차익과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부동산 매각 등 거액자금이 발생할 경우, 즉시연금 중 상속연금 종신 지급형태의 보험상품도 추천됐다. 매월 이자지급이 가능하고, 실질적인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사용처가 없는 여유자금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펀드(ELF)에 넣어둘 만하다. 국민은행 정 팀장은 “기초자산가격이 연초 대비 낮아져 있지만, 변동성이 커져서 수익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김 팀장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적인 재정 및 통화부양책이 실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가치 하락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금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금에 투자하는 펀드나 예금 상품의 경우 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