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국내 관광산업에 찾아온 기회

입력 2020-06-02 04:06

코로나19가 지구촌을 흔든 지 6개월째로 접어들면서 크고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큰 변화 중 하나로는 그동안 신자유주의 하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었던 세계화와 자유무역주의의 쇠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각국이 보건·식량 등 생존과 밀접한 분야는 물론 필수재 등의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추려고 함에 따라 세계 분업체계의 근간인 글로벌 공급망이 약화되고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 대응 과정에서 집행된 엄청난 규모의 재정 지출을 수습하고 향후 효과적인 전염병 통제를 위해 큰 정부 출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화의 급속한 진전과 대면 서비스산업의 쇠퇴, 재택근무 등으로 산업 및 노동시장도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더 와닿는 것은 생활에서 직접 체감되는 변화일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마스크 미착용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 됐으며, 마네킹을 관중석에 앉혀두고 스포츠 경기가 열린다. 입학식이 사라졌고 졸업식도 없이 교정을 나선다. 앞으로는 인간 관계도 질적 측면이 중요시되면서 소규모 또는 폐쇄형 커뮤니티가 부각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소소한 변화 중 빠뜨릴 수 없는 것으로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해외여행을 들 수 있다. 바이러스로 인해 각국이 문을 걸어잠그자 앞다퉈 나가던 해외여행은 하루아침에 불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올해 1월만 하더라도 251만명에 달했던 출국자가 4월에는 전년 동월에 비해 99%나 감소한 3만명에 불과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인 1980년대 수준이라고 한다. 연초부터 외래 관광객도 뚝 끊겼다. 더 큰 문제는 재확산 우려 등으로 각국이 선별적 비자 발급이나 건강증명서 요구 등과 같은 여행제한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 인식 변화 등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생계가 달린 관광산업이 위기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보면 국내 관광산업에는 다시 없는 기회일 수 있다. 해외로 빠져나가던 관광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향후 외래 관광객 유인을 위해 관광 기반을 정비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가 온 것이다. 때마침 정부도 관광주간을 늘리고 숙박 쿠폰을 제공하는 등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잠재된 여행 욕구를 국내로 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일시적 비용 보조나 일회성 행사만으로 국내 관광산업의 도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관광 인프라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면 가족이 편하게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찾기 어렵고 식당들의 위생 상태는 만족스럽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역 내에서의 이동이 만만치 않다. 휴가철 바가지요금은 매년 반복된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내국인 관광마저 38%가 수도권과 강원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으며 상당한 성과도 이뤘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정부는 일시적 소비 진작보다 그린 뉴딜과 결합해 관광 인프라 정비에 더 집중하면서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 나가야 한다. 관광업계도 필사의 각오로 소비자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작금의 위기 상황이 어쩌면 국내 관광산업에는 전환기를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