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지난 30일 시작됐다. 여야 모두 최악의 20대 국회와는 달라지겠다고 했지만 역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원 구성 협상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전석 확보를 주장하고 있고, 여당의 ‘협상 불가’ 선언에 미래통합당은 ‘여당의 기습공격’ ‘독선과 횡포’라고 맞선 상황이다. 두 당이 개원 전부터 감정적으로 맞서면서 그동안 양당이 공언해온 협치는 21대 국회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국회, 일하는 국회의 출발은 법이 정한 날짜에 국회 문을 여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국회법에 따라 5일 개원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정해진 날짜에 국회를 여는 건 협상 대상이 결코 아니다”며 “개원까지 다른 사항과 연계해 합의하지 못하겠다는 (야당) 태도에 충격받았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선출에 대해 “8일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날”이라며 “(과거 국회처럼) 특정 정당이 절반을 넘지 못하거나 절반을 겨우 넘는 상황과 민주당이 168석을 넘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통합당이 알아줘야 한다”고 했다. 국회 표결을 통해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모두 가져갈 수 있고,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역시 여당 몫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여당은 특히 야당이 반대하는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 폐지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의 강공 드라이브에 통합당 역시 강경하게 맞섰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미국의 시위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해 쏟아져 나온 이들은 주로 흑인들, 하류계층 청년들”이라며 “흑인·히스패닉이 미국 사회에 통합되지 않은, 미국의 민낯과 치부가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본령은 사회 통합, 국민 통합이다. 서민들,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21대 국회의 첫 번째 임무”라고 강조했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일요일에 야당을 기습 공격했다. 협상 중에 협상장을 나와 뒤통수 때린 것과 비슷하다”며 “다수를 앞세운 여당의 독선과 횡포는 머지않아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그동안 야당이 관례로 맡아 왔던 예결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법사위원장은 17대 국회부터 야당이 맡아 왔던 만큼 이에 따르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한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유지하고, 이를 토대로 과반 정당이 주도하는 법안 처리를 견제하겠다는 것이 통합당의 생각이다.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원 구성에 걸린 시간은 평균 41.4일이었다. 직전인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원 구성에 14일이 걸렸고, 여야 대립이 극심했던 후반기에는 57일이 소요됐다. 한나라당(통합당 전신)이 172석이었던 18대 국회 때는 88일이나 걸렸다. 의석수에 따라 여야 처지가 달라지다 보니 ‘슈퍼 여당’ 체제가 다시 들어선 21대 국회에서도 원 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현우 심희정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