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예고 김종인 “한국의 마크롱? 대선주자가 고민해야”

입력 2020-06-01 04:08

대대적인 당 개혁을 예고한 미래통합당 김종인(사진)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부터 10개월여의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김 위원장은 4·15 총선 참패 후유증을 겪고 있는 통합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쇄신 칼날을 휘두를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한 질문에 “내가 고민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39세에 대권을 거머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대선주자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말에는 “그런 것을 할 사람(대선주자들)이 (당) 밖에서 고민을 해야지 내가 고민해서 되겠느냐”고 답했다. 잠룡급 원외 인사들이 대권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더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우선 ‘꼰대 정당’ 이미지를 벗지 못한 통합당을 완전히 새로운 정당으로 변모시키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당 브랜드뿐 아니라 정강·정책을 비롯한 당 체질까지 파괴 수준으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당명 변경안 등에 대해선 “앞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7일 통합당 전국조직위원장회의 특강에서도 보수와 진보, 중도라는 말 자체를 쓰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탈이념 실용주의 정당으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진보 진영에서 주도했던 기본소득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등에 대한 정책을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가 더 적극적인 사회복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아직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만 말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뒤 첫 기자회견에서도 “더 많아지고 더 어려워진 이 사회의 약자를 품고 동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급진적인 개혁 노선으로 당내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당을 갑작스럽게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며 “서서히 (쇄신)할 테니까 두고 봐 달라”고 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혹이나 여권의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재조사 요구 등에 대해선 “지금 얘기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3일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당 정책 노선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등 당내 소통 폭을 넓혀갈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