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군단’ 성남, ‘독수리’ 서울 잡고 선두권 점프

입력 2020-06-01 04:09
성남 FC 공격수 토미(오른쪽)가 3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 FC 서울과의 경기에서 후반 44분 결승골을 넣은 뒤 동료 홍시후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인 감독 김남일이 이끄는 ‘까치군단’ 성남 FC가 ‘독수리’ 최용수 감독의 FC 서울을 잡고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두 감독 모두 선두권 도약을 눈앞에 두고 치열한 전술 싸움을 벌였으나 마지막에 웃은 건 성남이었다.

성남은 3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서울을 맞아 0대 1로 이겼다. 후반 막판 김남일 감독이 투입한 크로아티아 출신 공격수 토미가 K리그 데뷔골을 넣었다. K리그에서 499경기째를 출장한 성남의 골키퍼 김영광은 마지막까지 상대 공세를 막아내며 승리에 이바지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함께 뛰기도 했던 양 팀 감독은 경기 전부터 신경전을 펼쳤다. 김남일 감독이 지난해 12월 부임에서부터 꼭 이기고 싶은 팀으로 서울을 지목한 데 이어 최용수 감독은 “경험 면에서 양보할 수 없다”며 만만치 않은 승부를 예고했다. 성남과 서울은 최근 각각 2연승과 3경기 연속 무패로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던 터였다.

전반은 서울이 주도했다. 상대방이 잘하는 걸 못하게 하는, 최 감독의 장기가 발휘됐다. 서울의 스리백은 적극적으로 전진해 미드필더진과 함께 상대를 압박했다. 성남은 장점으로 꼽혀왔던 간결한 패스워크를 전반 중반까지 발휘하지 못했다. ‘경험의 차이’를 강조한 최 감독의 장담이 허언이 아니라는 게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성남이 자랑하는 신예 공격수 홍시후도 이날은 서울 수비에 고전했다.

서울의 약점으로 지목된 전방 공백은 멀티플레이어인 주장 고요한이 메웠다. 2선에 자리한 고요한은 상대의 양 측면과 중원 공간을 부지런하게 파고들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초반부터 과감한 슈팅을 수차례 시도한 고요한은 전반 막판 상대 수비가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틈을 타 일대일 상황에서 강한 슈팅을 날렸지만 성남 골키퍼 김영광에게 막혔다.

경기가 구상대로 풀리지 않자 김남일 감독은 빠르게 대응했다. 그는 전반 32분만에 상대 수비를 압박하려 투입한 공격수 최병찬을 빼고 베테랑 양동현을 투입했다. 양동현이 2선과 전방을 오가며 공격 꼭지점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남의 패스도 상대 골문 근처에서 돌기 시작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양동현이 직접 오른 측면의 이태희에게 공간 패스를 찔러주고 침투해 크로스를 받아 슈팅 했으나 서울 유상훈 골키퍼가 골문 위로 쳐냈다.

이후 후반은 양팀이 골문보다 중원에서 치고받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양동현의 투입으로 성남의 공격전개가 원활해졌고 때마침 서울의 압박도 다소 느슨해진 덕이 컸다. 성남과 서울은 후반 막판 각각 외국인 공격수 토미와 아드리아노를 투입하며 결승골을 노렸다.

경기를 결정지은 건 성남의 교체카드였다. 이태희가 토미가 헤딩으로 넘겨준 공을 지켜내며 상대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쇄도하다가 슈팅처럼 강하게 크로스를 날렸다. 공이 상대 수비를 맞고 튀자 뒤에서 뛰어들어오던 토미가 그대로 골문 안에 차넣었다. 후반 44분, 본인의 K리그 데뷔골이었다. 반격에 나선 서울도 막판 투입한 알라바예프가 단독 찬스를 맞았으나 김영광 골키퍼가 동물적인 선방으로 막아냈다.

이번 승리로 성남은 선두권을 바짝 추격하며 K리그1 초반 판도를 뒤흔들게 됐다. 2위 울산에 골득실차로 뒤진 3위다. 김남일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경기 거듭할수록 팀이 안정되고 흐름도 좋다.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