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에이즈 환자를 치료할 때 겪은 일이다.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입원한 김모씨는 당시 33세로 동성 간 성행위로 에이즈에 감염된 남성이었다. 입원 초기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14일간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그런데 에이즈 감염인을 보호한다는 동성애자 인권단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씨가 생존해 있을 때는 문병이나 전화조차 않다가 그가 사망하자 “에이즈 환자에 대한 진료가 소홀했다.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장을 보도한 모 언론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보도 결정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정정보도를 했다.
“사망한 에이즈 환자는 이미 사망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전원되어 왔으며, 그 환자의 어머니는 시민단체들에 대해 아들의 사망 사건을 언급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이 사망 사건과 위탁계약 철회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이 확인돼 이를 바로잡습니다.”
김씨는 당시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판정을 받고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왔다. 정성껏 치료했지만, 죽음을 피할 순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 사망 후 “우리 아들을 잘 돌봐줘서 고맙다”며 감사편지까지 보내왔다.
문제의 단체들은 김씨의 모친에게 전화하거나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않았다. 김씨의 어머니는 시내 한복판에서 추모제를 지내며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행태에 경악했다. 그리고 기꺼이 우리 입장을 옹호해줬다. 진실을 말해달라며 정보공개동의서까지 써줬다. 저들의 거짓말에 맞서 진실을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수동연세요양병원으로 환자를 보낸 교수님의 소견서도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선동적인지 증명해줬다. ‘환자가 사망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전원되었고, 환자의 사망이 수동연세요양병원의 과실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씨에겐 진단명이 12개 있었다. 첫 번째 질병은 22세 때 진단받은 에이즈였다. 숨쉬기가 힘들어 종합병원에 갔는데 양쪽 폐에 결핵이 심하게 퍼져 있었다. 이렇게 심한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에이즈 감염 때문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검사에 들어갔는데 에이즈 판정을 받았다.
에이즈 감염 후 최대 10년간 증상이 없는 것을 ‘무증상기’라 한다. 김씨가 22살에 이토록 증상이 심했다는 것은 최소 수년 전에 남성 간 성행위를 하다가 에이즈에 감염됐음을 뜻했다. 에이즈와 악성 결핵 진단을 받은 그는 병원 처방약을 받지 않고 그 길로 도망을 갔다.
그는 10년 뒤 다시 병원에 나타났다. 신경매독으로 통증이 너무 심했다. 신경매독은 매독에 걸렸는데 치료를 받지 않아 뇌와 척추까지 매독균이 침투한 상태다.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그의 경우 매독에 감염됐는데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신경매독까지 간 게 분명했다. 그 외에 활동성 좁쌀 결핵, 결핵성 림프절병증, 결핵성 늑막염, 결핵성 복막염, 결핵성 장염, 간 농양, 비장 농양, 활동성 B형 간염, 대상포진, 구강칸디다증, 장루 상태(인공항문) 등의 질병이 있었다. 에이즈는 이처럼 많은 병을 가져오는 무서운 질병이다.
에이즈 감염인들의 인권을 위한다는 단체들이 수동연세요양병원 정문까지 찾아와 ‘이 병원에 에이즈 환자가 있다’며 현수막을 치고 데모를 했다. 어떤 병원도 받지 않으려는 에이즈 환자를 정성껏 돌보기 위해 비밀로 했는데, 한순간에 헛수고가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