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소송·도덕 불감증, 구설 끊이지 않는 기감

입력 2020-06-01 00:04
기독교대한감리회 입법의회에 참석한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산 꿈의교회에서 무선투표기를 사용해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최고경영자가 유고 상태인 기업은 비상경영에 돌입합니다. 교단이나 교회도 마찬가지죠. 감독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그런 경우입니다. 기감 본부는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되면서 재정 지출부터 줄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더욱 허리띠를 졸라맨 가운데 본부 직원들의 도덕 불감증을 드러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기감 감사위원회는 최근 본부 직원들이 연루된 자녀 학자금 과다 청구·이중 수급 사건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감사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기감은 오는 4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사건을 다룰 예정입니다. 징계위에 소환될 직원들의 행태는 도덕적 해이의 전형입니다.

A목사는 지난해 본부 직원들에게 책정된 학자금 800만원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7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10월 기감 총회실행부위원회가 학자금 인상을 결정하자 소급 적용해 100만원을 추가로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기감 장학재단에 또다시 학자금을 신청했습니다. 장학재단은 교단 산하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들의 학자금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본부 직원들은 아예 장학재단에 신청할 수 없습니다. 장학재단 실무자 B목사는 이를 눈감아줬습니다. 이렇게 해서 200만원을 받아갔습니다. 결과적으로 A목사는 지난해 모두 1000만원의 학자금을 받았습니다.

감사위는 “A목사 자녀는 미국 영주권자인 데다 연방정부의 장학금 수혜 대상자여서 학자금 지원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사람의 공모로 정작 학자금 지원이 절실했던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가 기회를 놓쳤습니다. 감사위는 “두 직원 모두 장학재단 정관 위반부터 정상적 업무 방해, 본부 내규 위반 등 감사 지적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면서 “징계위원회에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기감 본부가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지난 1월에는 전명구 감독회장을 둘러싼 소송을 취하하기 위한 서류에 몇몇 직원이 윤보환 감독회장 직무대행의 직인을 허가 없이 사용한 일도 있었습니다.

한 장로교단 총회 본부 관계자는 “감독회장 리스크로 기감처럼 건강한 교단이 10년 넘게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교단 간 협력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조속히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감 본부의 정상화, 모두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