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연수 (21) 다일의 나눔정신, 아시아 빈민국으로 뻗어가

입력 2020-06-02 00:07
김연수 사모가 남편 최일도 목사와 함께 2017년 8월 중국 훈춘시에서 다일어린이집 이양식 후 아이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랑은 본래 뿌리가 튼튼해 많은 줄기를 내린다. 다일공동체의 사역도 그랬다. 밥 굶는 이가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가 그 한 명을 위해 밥을 짓겠다는 게 다일공동체의 나눔 정신이었다. 하나님은 우리를 아시아의 빈민 국가들로 이끄셨다.

다일의 해외사역은 1997년 중국에서 시작됐다. 결혼하면서 천사회원이 된 부부의 헌금이 씨알이 됐다. 부부는 첫 아이를 낳고 천사회비를 가져왔다. 둘째를 낳고선 “불쌍한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천사회비와 함께 2000만원을 더 갖고 왔다. 이 소식이 알려져 몇 사람이 동참했다. 우리는 두만강 옆 중국 지린성 훈춘시에 어린이집(고아원)을 열었다. 이곳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의 라진, 선봉이 만나는 지점으로 북한 아이들을 위한 사역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꽃제비로 불리는 북한 아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양식을 구하러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넜다. 우린 그들을 위해 쌀과 기초물품이 담긴 다일생명키트를 만들어 두만강 주변에 놓아뒀다. 훈춘시에서 태어난 고아들을 조선족, 한족 할 것 없이 힘껏 보살폈다.

2017년 8월 우리는 다일공동체 훈춘시 어린이집을 공식 이양했다. 아이들과 헤어지는 건 아쉬웠지만 중국 정부가 이제는 스스로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감사함으로 이양식을 치렀다. 훈춘시 민정국은 만 20년간 수고와 희생에 감사하다며 우리에게 감사패를 줬다.

우린 성인이 돼서 어린이집을 떠난 아이들이 명절에 고향으로 오면 머물 수 있도록 아파트 2채를 마련했다. 사랑의 씨앗이 마음 밭에 뿌려지면 열매를 맺는다. 어린이집 졸업생들은 현재 다일애심회라는 후원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많은 분이 어떻게 다 넘겨주고 빈손으로 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우린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기에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고 여긴다. 사명을 실현할 수 있는 또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고 하나님의 계획이라 믿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중국 다일공동체를 통해 이를 충분히 보여주셨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랑으로 고아들을 돌보던 중국 다일공동체의 얘기가 금방 주변 국가에 알려지면서 우리의 사역은 베트남, 캄보디아로 확장됐다. 예측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하심이 있었다.

한 번은 캄보디아 다일공동체(캄다일)를 통해 척추측만증 환자인 뽀얀이가 다일천사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소문을 듣고 한 아이의 엄마가 자신의 아들을 살려달라며 캄다일로 찾아왔다. 심장판막증 환자인 르은이 엄마였다. 캄다일 원장이 본 르은이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동맥과 정맥의 피가 섞여 있었다.

어렵게 긴급후원금을 모아 르은이를 한국으로 데려와 수술을 받게 했다. 기초체력이 약해 3번이나 중환자실에 들어갔지만, 감사하게도 잘 치료됐다. 새파랗게 죽어가던 르은이가 언제 배웠는지 싸이의 말춤을 추며 퇴원할 때 우리 모두는 감사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르은이의 엄마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애가 이렇게 건강해졌다”며 “이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요, 후원자들과 의료진 덕분”이라고 고백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여전히 우리의 발걸음은 하나님 사역의 희미한 그림자일 뿐임을 고백하게 된다.

정리=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