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와중에… 軍, 사드 미사일 교체

입력 2020-05-30 04:06
29일 오전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군 장비들이 들어가고 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앞서 노후장비 교체를 위한 육로 수송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미 정부가 29일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요격미사일 등 사드 관련 장비를 전격 반입했다. 군은 “노후 장비를 교체한 것”이라며 중국에 사전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이 전날인 28일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는 등 미·중 갈등이 격해지는 시기에 사드 관련 장비를 반입하면서 자칫 한·중 관계에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방부는 사드 기지 관련 부품 수송 작전을 28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미 군 당국은 요격미사일과 발전기, 데이터 수집 관련 전자장비 등을 주한미군 트럭 12대에 실어 기지로 날랐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 초 ‘노후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한미군의 요청에 따라 작전을 진행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인접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간에 작전을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도 없었고 사드체계 성능 계량 관련 장비 반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반발할 장비들은 기지 내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또 작전에 앞서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이런 사실을 중국에 전달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이 이번 일을 빌미로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한국이 미국으로 쏠린 태도를 보일 경우 이번 작전을 구실 삼아 한국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고 한국이 미국에 치우친 모습을 보일 때 중국이 이번 일을 언급하며 우리를 압박할 수도 있다”며 “‘약한 고리’인 한국을 때려 미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작전 과정에서 경찰 3700여명과 성주 주민, 사드 반대단체 회원 200여명이 충돌해 5명이 다쳤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